만두에서.
Posted 2010. 1. 26. 10:28
이곳은 인도의 마드야 쁘라데시(Madhya Pradesh)에 있는 만두(Mandu)라는 곳으로, 유명한 교통접점(?)인 인도르(Indore)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가량 이동한다. 우다이뿌르에서 인도르로 밤버스를 타고 10시간 정도 이동했는데, 새벽녘에 떨어져도 릭샤(오토바이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만두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나는 혼자 여행하고 있었고, 길치이기 때문에 그 거리가 걸어서 5분인걸 알고 있음에도 릭샤를 10분이나 타고 돈을 지불한다.
만두는 산 위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자전거를 타면 마을 끝에서 끝으로 1시간도 안걸리는 거리이고, 식당은 3개밖에 없었고 그나마 맛도 없었고 게다가 채식주의 동네였지만 열흘이나 머물렀다. 필름도 3~4롤이나 사용했지만, 아쉽게도 렌즈가 고장나있던 상태라 초점이 대부분 맞지 않는 안타까운 일이...
작은 마을임에도 유명한 관광지가 3군데나 있어서 주말이면 현지인들이 관광온다. 나는 입장료 100루피(2500원상당, 풍족한 밥 한끼 가 7~80루피) 가 아깝기도 하고,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더 황량하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sub-관광지(무료)가 많았기 때문에 그곳만 돌아봐도 풍요로운 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놀러 나온' 현지인 관광객들은 여성외국인들만 보면 환장하며 달려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이면 피하는게 좋다. 날 만져보려는 사람들 스무명에게 둘러싸여 굉장히 당황했던 경험도 있지만, 나쁜 마음이 아니니 탓할 수는 없다. 인도사람들은 착하고 호기심이 많고 가난할 뿐, 나쁘거나 위험하진 않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야한 농담을 던져대는 사춘기~청년 인도인들은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만두에서 한국인 여자애들 4명을 잠깐 만났었는데, 이들은 1박 2일동안 유명한 관광지 3곳을 모두 돌더니 완전히 질려서 도망치듯이 떠나버렸다. 주말이라 현지인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던것. 좀 더 여유롭게 돌아다녀볼 것을 권했지만, '백배가이드'따위 책의 도시이름에 동그라미를 치며 여기여기 다 가봤다고 자랑하는 스타일의 여행을 추구하던 사람들이라 뭐, 나의 권유가 통할 것이라 생각치도 않았다.
1월 중순의 인도 중부지방은 한국의 초가을날씨같은데,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무너진 성벽에 기대고 앉아 책을 읽으면 나는 인생 절정의 행복을 지금 누리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에 슬퍼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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