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incidence or shoud I call it a fate _ Sibirskij Tsiryulnik
Posted 2009. 12. 1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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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상의 반복되는 패턴에 작은 전환점이 하나 생겼는데, 이런 때일 수록 격렬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랑이야기가 땡기는 법이다. 무료할 때 그런 영화를 보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이지만, 지금같을 때 이런 미친 로맨스는 매우 무척 굉장히 최고로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더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하며 [러브오브 시베리아]감상을 마쳤다.
밤새 이런 비극은 어디에서 오느냐, 난 도대체 누구를 원망해야 하느냐에 사로잡혀있었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일까,
아니면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느냐의 차이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누가 더 자기 자신의 사랑에 자신감이 있느냐의 문제일까,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여 과거현재미래를 다 팽개치고싶었던 적이 한두번 있었다. 그래서 난 안드레이의 순수한 감성이 이해가 가지만 지금의 난 아마 감당못할 것이다.어린 난 오만하지만 자신감은 없기에-
제인에게 청혼하러 온 대위를 대신하여 청혼장을 읽어야 하는 상황에서 괴로워하던 안드레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기의 사랑을 고백하고 만다. 그 때 제인은 특유의 능글맞음으로 그 상황을 겨우 넘기지만 결국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가득 머금고 말한다.
"Do you at least understand what that boy did here today, what he has done to himself?"
난 꼭 속으로만 불타고, 겉으로는 능글능글 비즈니스에 충실하는 제인이 미웠지만 사실 그녀는 나와 다르지 않다. 거의 비슷하다. 날 사랑하는 순수한 청년의 열정을 즐기는 것 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나 사실 그 청년이 날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그를 더 사랑한다는 속마음은 숨길수밖에 없다. 물론 이게 잘 숨겨지지는 않는 종류의 감정이지만, 비정한 상황은 보이는대로만 생각하게끔 만든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이 날 사랑한다는 확신보다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온 전신을 휘감게 되니까.
결말은 아찔하다.
그녀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10년간을 그를 생각하며 그를 찾는데 성공하지만,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와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단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한다.
그는 적어도 그 안에서 행복했어야 했다!
여자는 그 사실을 확인하는 20분동안 10여년의 격정을 다 지워내지만 남자는 여전히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는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좇는다. 그러나 더 이상 그는 과거현재미래를 다 버리고 그녀를 쫓아갈 힘이 없다.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 추위, 눈, 보드카, 군인들의 오만한 눈빛과 젊음, 사랑과 결투. 하얗게 불타는 순수함.
이곳에서 사랑에 빠지지 않는 건 범죄다.
2009.03.14 작성
(뭐야, 화이트데이에 이런 영화 보고 이런 리뷰 작성하고 앉아있었던거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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