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로알드 달 (강,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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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맛'이어서 그런지 각기 다른 맛의 케이크를 한조각씩 한조각씩 아껴먹은 기분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배도 부르고 그 맛이 어떤지 잘 음미할 수 없게 되니까 하루에 2개씩. 더 먹고 싶어도 아껴두었다가 제일 맛있을 때 먹는 평소의 식습관을 따라 찬찬히 [맛]을 읽었다. 

첫 느낌은 정말 너무 재미있고 뒷통수 빵때리는 이야기로 독자의 반응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작가의 특권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겠다- 싶었다. 진짜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다른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기 보다는 이 이야기를 내가 재미있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얘기해주고 친구들의 놀라는 표정이나 깔깔거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어서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입술을 옴싹달싹하며 손을 달달 떨었다.  

두번째 느낌은 의외로 공포심이었다. 로알드 달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브라운 신부가 그랬다. 지금까지 그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바로 자기였다고, 살인자의 속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왜,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었던 방법은 바로 그 살인자가 되는 방법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브라운 신부는 계속해서 참회하는 동시에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추리했다.  

사실 유명한 탐정이나 공포소설가는 바로 이러한 비결을 갖고있기에 사건을 사실과 흡사하게 상상해낼 수 있는 것이다. 

로알드 달의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너무나도 욕망에 충실하여 사람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은 사실 로알드 달의 마음 속에 생생히 살아있기에 난 로알드 달이 무서워졌다. 그는 평범한 이야기꾼을 넘어서서 너무 사악하고 추악한 인간 자체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2000년도였던가, 이 작가가 독자들이 좋아하는 작가에 선정되었다는 경력에도 경악했다. 무섭다. 

소설가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인생에 주목하지 않아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간단하게 보면 아주 가난하거나 아주 부자인 사람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엉뚱하고 기이한 행각으로 대중을 즐겁게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물론 로알드 달 역시 이런 매력적인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당치 않게 재미있었다. 그들에게 평생 찾아올까 말까한 기회를 포착하여 그것을 극대화해서 읽는 사람 벙찌게 만드는 특유의 상상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완전히 말도 안되는 데도 불구하고 그럴싸한 게 문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어날 수 없는 에피소드들. 특이하고 재미있고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실제로 떨린다.  

하지만 너무 단 느낌- 그래, 심하게 달다. 달콤하게 기분 좋을 줄 알았는데 너무 달아서 약간 쓴맛이 필요하다. 왜, 나는 달달한 카페모카에도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해야 먹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설명하니 명쾌하군. 
[taste]. 발버둥 쳐봤자 난 벌써 로알드 달에게 세뇌당했나보다. 새끼 손가락을 내어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