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길예르모 델 토로'

1 POSTS

  1. 2009.11.18 내 의식도 미로 속으로 _ 판의 미로 2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2006 / 스페인, 멕시코, 미국)
출연 이바나 바쿠에로, 더그 존스, 세르지 로페즈, 마리벨 베르두
상세보기

느지막이 아침을 먹으려다가, 이왕 먹을 거 재밌는 걸 보면서 먹자. 란 생각에 이런 저런 오락프로그램을 골라보다가 시덥잖아서 가볍게 판타지영화나 한번 땡겨볼까 싶어서, 고른 영화였다. 

휴일 아침을 스펙터클하고 신나게 맞아볼까- 하는 나의 기대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다는 첫 자막에서부터 무참히 깨지고 말았고, 무슨 아침을 1시간을 넘게 먹는둥 마는둥 하면서 깨작댈 정도로 입맛이 급격히 떨어졌다. (밥이 문제가 아님) "마케팅이 안티-"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오필리어와 세개의 열쇠'라며 어린이를 현혹하는 글귀가 점차 황당해지는 약간의 적응기를 거친 뒤에야 영화에 빠져든다.  

분장이 참으로 예술이다.
CG보다 분장에 더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먼저 '판' 

처음에는 이건 뭔가요, 싶을 정도로 허접해 보였는데 보면 볼수록 이 생명체(?) 연기 참 잘한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 몸에서 풍기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아마 CG였다면 그 소소한 감정과 느낌들이 이렇게까지 잘 전달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편인데, 윽박지르면 무섭다. 그러나 '판'은 약과!!  



이분 어쩔 것임????????? 

먹던 밥알이 다 튀어나올 정도로 무섭다.
원래의 얼굴에는 콧구멍 2개와 입만 있는데, 잠에서 깨어나며 앞접시에 놓여있던 눈알 두개를 손바닥에 붙어있는 눈알 구멍에 집어넣고는 저러고 오필리어를 쫒아온다. 또 (이미지를 구하지는 못했는데) 미친 주먹보다 더 큰 구더기? 바퀴벌레? 무리들과 침을 쩍쩍 흘리는 대왕두꺼비는 정말 후덜덜-  입이 딱 벌어진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은 또 어떻고.

비주얼이 정말 감각적으로 잔혹하다.  

영화를 보면서 용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저 괴상한 괴물들에 대항하는 오필리어의 용기, 
내전은 끝났다며 자신들을 반란군으로 칭하고 쥐잡듯이 잡으러 다니는 군대에 대항하는 혁명군의 용기,  
자기 한 목숨 중요해서 초조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사의 용기,
악독한 대령의 용기,(이것을 용기라 칭할 수 있다면) 
이 오바스럽게 잔혹한 이야기를 눈 똑바로 치켜뜨고 지켜보는 나의 용기. 

진정한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똑바로 알고 그것이 옳다고 확신하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껏 용기내어 힘들게 시도했는데 실패했을 때가 두려워서 어디 용기를 낼 수 있겠는가. 이마저도 아니라면 난동일테고.  

영화를 보는 내내 수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수만가지 생각들 속에서 갈피를 못잡는 건 가끔 행복하다.
이 영화를 보는 수만명의 사람들 역시 각자 따로따로 다른 수만가지 생각을 했을 터- 

어디를 봐야할 지를 아는 사람에게로만 한정되겠으나, 이 어두운 이야기에서 지극한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겠다고 자신하시는 분들께 강추해드립니다. 이만큼 지성적이고 감각적인 영화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 이왕이면 19세
+ 이왕이면 부제도 삭제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