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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8 붕붕 떠다니는_ 박쥐
  2. 2009.11.18 나와 너의 이야기_ 해운대

붕붕 떠다니는_ 박쥐

Posted 2009. 12. 18. 13:31
박쥐
감독 박찬욱 (2009 / 한국)
출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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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볼 때 좋았다 안좋았다의 기준이 '치유'가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 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작품성과 관련해서 구원이나 치료에 집착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안그래도 비참한 현실은 더 삐뚤어진 시선으로 보며 왜곡시키는 작품들은 별로 내켜하지 않는다. 미술품의 경우에는 아무리 추해도 그게 고정관념이다, 싶어서 더 신선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문학이나 영화같은 장르는 아무래도 인간의 삶을 고대로 그려내는 장르이다 보니 영화에서 보지 않아도 지긋지긋하다. 당신들이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난 충분히 힘들단 말이다.

이렇게 불쾌해하는 대표적인 작품이 박찬욱감독의 영화들과 강도하의 [큐브릭]이었는데, 그냥 내 취향이랑 달라서 별로인것이지 딱히 작품성을 갖고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싶어서 이런 저런 리뷰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나같은 문외한은 찍소리도 못할만큼 박학다식한 분들께서 해석한 글을 보면 참 꿈보다 해석인가 싶다.  

이상하게도 박찬욱감독의 영화를 자꾸 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의에 관계없이 보게 되는데 그만큼 감독이 유명해서인가 싶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 시리즈나 배트맨 시리즈처럼. 
이번에 본 [박쥐]도 차마 거절을 잘 못하는 나를 어찌 잘 알아보신 분께서 덜컥 예매를 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봤다. 영화가 끝난 후에 내가 딱잘라 별로였어요- 라고 하자 죄인취급한다며 날 몰아붙인다. 흥, 보고 나니 더 우울한걸 어째?! 

김옥빈의 캐릭터가 참 특이했다. 얼마 안되는 시간 동안 성격이 왔다갔다 하니 종잡을 수가 없다.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너무 황당하니깐 그냥 이렇게 살 수도 있는거구나, 하면서 봤다. 하긴 이 영화에서 설득력 있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알 수 없는 중국풍의 분위기와 신하균은 암이라더니 기도 받고 나은건가? 뽕짝과 클래식의 어이없는 조합은 무엇이며 둘의 죽음은 엄마에게 복수인가 선물인가? 우리 감독님은 [사이보그...]이후로 흰색에 집착하나? 끔찍한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은 뭘까- 잔혹함에 길들여져 버린걸까.. 그냥 야하니까 좋았다는 이 남자는 또 뭔가.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도덕성을 믿지 않는 만큼, 인간의 악한면도 별로 믿고 싶지 않다.
친구를 죽이고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본능을 억지로 제어하든, 그녀의 꼬심에 넘어가 아무것도 모르는 그를 죽여버리든, 그리고나서 그녀때문이라고 착한척을 하든, 별로 절박하지 않아보인다. 

몽유병이라며 맨발로 밤거리를 뛰어다니든(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사실은) 신부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든, 엄마 미안하다며 울고불고 하든말든, 맛있다며 여럿 죽여서 죄책감 없이 피를 마시든, 매력적이지도 않다. 예쁘긴 하더라만;

영화는 그닥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주기는 커녕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지 않는다. 
봐라, 이게 너희들이 사는 세상이다. 라고 잔혹하게 피를 뿌려가며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이런 세상을 굳이 뉴스를 보지 않아도 상사에게 성희롱 당하는 친구, 밤새서 일하지만 누군가의 월급의 반도 못받는 친구, 사기당해서 울고불고 경찰에 신고해도 들은척도 안한다고 우울해하는 친구들 얘기만 들어도 우리는 다 안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냥 눈돌리고 피해버리고 싶은 걸 곧이 곧대로 보라고 강요한다. 
만약 감독이 유명하지 않고, 매니아 층만 확보한 상태였다면 난 이렇게 불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이제 다수의 관객에게 노출된 상태이고 이러한 강요는 사실 아직 정신이 성숙하지 못했거나 약해빠진(미성년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상당한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불쾌한 것이다. 

예전에 여러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달콤한 독에 관해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박쥐]는 그 개념이 아니다. 안그래도 쓴 맛을 이리저리 고약한 것을 섞어서 뱉어버리고 싶게 만든다. 근데 이게 끈적끈적해서 잘 안뱉어지니까 문제다. 난 불편한 영화를 무작정 폄하 하는게 아니라구요.

아, 정말 무엇을 상상하든 화면을 넘어서서 최악을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다.

나와 너의 이야기_ 해운대

Posted 2009. 11. 18. 16:35
해운대
감독 윤제균 (2009 / 한국)
출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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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들 중에는
최악으로는 빨래 쥐어짜듯하는 듯 해서 유치하고 울기 싫어 죽겠는데도 자꾸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고,
중간으로는 정말이지 너무 왕창 슬픈 내용이라 울지 않을 수 없는 경우와 아주 조금만 슬퍼서 눈물이 고이는 경우, 
최고로는 별 거 아닌 것 같은데도 뭔가를 건드려서 엉엉 울음이 터져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민기가 엄청 멋지구리하게 나온다는 스포만 접수하고 봤는데도 이민기가 어케 될지 빤히 보여서 초장부터 눈물이 고인다. 
아, 이거 지금 웃긴게 나중에 다 울겠구나 싶어서 영화 내내 안절부절 못했다. 중간의 경우로구나~ 

설경구랑 하지원, 둘다 좋아하는 배우라서 봐야지 하다가 못보고 지나갈 줄 알았는데 그제 예상치 않았던 휴가와 오랜만에 만난 친구덕에 보게 된 영화 [해운대]. 전날 [투모로우]를 봤다는 친구는 피식피식 웃으며 가소로워하는데 애초에 영화코드가 맞지 않은 친구였으니 아예 투명벽을 세워놓고 영화에 집중했다.  

처음에 약간 어색할 뻔 했던 하지원과 설경구의 부산사투리는 어느덧 농익어 부산친구들을 연상케했고, 대사나 목소리들이 감성을 톡톡 건드렸다. 내가 막 우니까 친구가 자꾸 옆에서 놀리는 눈으로 쳐다봐서 짜증이 무지막지하게 나서 오기로라도 안울어야지 했는데도 계속 눈물이 후드득 떨어지는 걸 보면 정말이지 영화 참 슬프다. 무섭기도 하고. 

사실은 며칠 전에 해일이 오는 꿈을 꿔서(아마도 해운대 예고편을 봤던 날이지 싶다) 영화 속의 몇십미터의 파도가 남일같지가 않았다. 꿈속에서 겪어봤던 실제적인 공포였으니까. 차라리 폭탄이 날아오면 빵 터져서 금새 죽겠지만 익사하는 건 아무래도 몇분의 고통이 엄청날테니 좀 더 무섭다.  

한국이 지진해일안전지대라는 건 이미 거짓부렁으로 판명된지 오래이다.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소재 선택이 괜찮았다. 연기도 당연히 좋았고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코믹요소도 재미있었다. 단 한가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급의 빵빵 터지는 급의 재난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것이다. 재난 자체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라 그 재난으로 인한 인간애를 그린 영화다. 

사실 대부분의 혹평은 이러한 기대에서 비롯되던데,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한다면 지금까지 자연재해의 피해가 미미했다. 바탕이 될 사실 자체가 없었으니까 이쪽으로는 상상해볼 여지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재난영화를 만든다면 초점은 자연히 '재난'에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재난으로 인한 사람들의 애정, 안타까움, 희생같은것에 맞춰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이 한국 정서에도 훨씬 맞고, 수많은 관객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웰메이드가 아니라고 비판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자본과 기술력이 헐리우드에 비해서 떨어지고, 우린 이제 초기단계임을 잘 알면서 어떤 CG를 기대했으며, 해일이 뭔지, 지진이 뭔지 직접 눈으로 한 번도 보지 못했으면서 어떤 대단한 재앙이 한반도에 내릴지 기대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한 기대는 잠시 접어두고 지금 당장 사무실 바깥, 학교 강의실 바깥 창문에서 수십미터의 파도가 덮쳐오면 내가 어떻게 할지, 누구에게 전화를 할지, 누구를 구해야할지를 상상해보며 영화를 봤으면 한다. 죽음 앞에서 어떤 미운 사람인들 그 순간엔 더 사랑하고싶어서 미칠 것 같은 그 마음을 상상하면서. 

[해운대]에는 메가쓰나미를 위한 것도, 일찌기 정보를 접하고 도망갈 수 있는 윗사람을 위한 것도 아닌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음 비우고 2시간, 재미있게 영화 보고 주위사람을 한 번씩 더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