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경계.
Posted 2010. 11. 11. 17:43난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시대에 이렇게 말하는 건 사실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이 말을 함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비난과 설득이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에쿠니 가오리를 읽으며 일본문학을 싫어하게 됐고, 나쓰메 소세키와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읽으며 일본문학에 대한 편견을 버렸으며, 기시 유스케와 교고쿠 나츠히코를 읽으며 일본문학을 사랑하게 됐는데. 하루키보다 훨씬 멋지고 간결하고 깊은 문장을 쓰는 작가도 많고, 하루키보다 훨씬 재미있고 독특한 스토리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도 많은데 굳이.
[상실의 시대]를 두 번째로 읽으며 이 감성적인 소설의 너무나도 남성중심적인 시선에 놀라고 말았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주위의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친구들이 하루키에 열광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토록 남성 판타지에 충실한 소설에 여성권리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이 열광하는걸까?
사실 난 남녀차별 주의자로, 남자들이 나를 챙겨주는게 좋다. 무거운 거 들어주는 것도 좋고, 기계 고쳐주는 것도 좋고, 맛있는 거 사주는 것도 좋고, 요리해주는 것도 좋고, 노래해주는 것도 좋고, 책 읽어주는 것도 좋고, 설거지 해주는 것도, 청소해주는 것도, 선물해주는 것도, 이야기 들어주는 것도 좋고, 뭐 그렇다. 평등같은거 절대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 여자 여자 하면서 떠받들어주는 건 오히려 좀 짜증난다. 여자를 챙겨주고 싶다,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하는 건 괜찮지만, 그 이상으로 신격화 하는 게 오히려 더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같은데 하루키가 그렇게 한다. 여성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어떤 다른 종족,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에 갇힌 존재로 바라본다고 해야하나. 이를테면 눈코입팔다리 다 달리고 두발로 걷는 인간이 상상한 외계인처럼.
뭔말인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쓰다 보니 왜 하루키에 열광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많은 줄 알 것 같다. 전엔 무조건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념으로 갖고 있다고 경멸부터 하고 봤는데,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다. 경계선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다.
이 시대에 이렇게 말하는 건 사실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데, 이 말을 함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비난과 설득이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와 에쿠니 가오리를 읽으며 일본문학을 싫어하게 됐고, 나쓰메 소세키와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읽으며 일본문학에 대한 편견을 버렸으며, 기시 유스케와 교고쿠 나츠히코를 읽으며 일본문학을 사랑하게 됐는데. 하루키보다 훨씬 멋지고 간결하고 깊은 문장을 쓰는 작가도 많고, 하루키보다 훨씬 재미있고 독특한 스토리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도 많은데 굳이.
[상실의 시대]를 두 번째로 읽으며 이 감성적인 소설의 너무나도 남성중심적인 시선에 놀라고 말았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주위의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친구들이 하루키에 열광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토록 남성 판타지에 충실한 소설에 여성권리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이 열광하는걸까?
사실 난 남녀차별 주의자로, 남자들이 나를 챙겨주는게 좋다. 무거운 거 들어주는 것도 좋고, 기계 고쳐주는 것도 좋고, 맛있는 거 사주는 것도 좋고, 요리해주는 것도 좋고, 노래해주는 것도 좋고, 책 읽어주는 것도 좋고, 설거지 해주는 것도, 청소해주는 것도, 선물해주는 것도, 이야기 들어주는 것도 좋고, 뭐 그렇다. 평등같은거 절대 바라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 여자 여자 하면서 떠받들어주는 건 오히려 좀 짜증난다. 여자를 챙겨주고 싶다,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하는 건 괜찮지만, 그 이상으로 신격화 하는 게 오히려 더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같은데 하루키가 그렇게 한다. 여성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어떤 다른 종족,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에 갇힌 존재로 바라본다고 해야하나. 이를테면 눈코입팔다리 다 달리고 두발로 걷는 인간이 상상한 외계인처럼.
뭔말인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쓰다 보니 왜 하루키에 열광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많은 줄 알 것 같다. 전엔 무조건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념으로 갖고 있다고 경멸부터 하고 봤는데,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다. 경계선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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