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中
Posted 2010. 11. 17. 18:15이 친구를 보니 위안이 되는군. 이자는 물에 빠져 죽을 신수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관상은 완전히 교수형감이거든. 운명의 여신이여. 이자를 교수대에 보내는 것을 고수하라. 그의 운명의 밧줄이 우리의 닻줄이 되도록 하여라. 우리 자신의 밧줄은 별 도움이 안되므로. 만약 그가 교수형을 당할 팔자가 아니라면 우리의 처지는 비참해지느니라. – 11쪽
저자는 절대로 익사하지 않소. 비록 이 배는 호두 껍데기보다도 튼튼하지 못하고, 단단치 못한 처녀처럼 물이 새긴 해도. – 12쪽
그 자는 역시 교살당할 운명이오. 바다 전체가 그렇지 않다며 아가리를 벌려 그 놈을 삼키려고 덤벼도 말이오. – 12쪽
수만 길의 바다보다는 차라리 한 에이커의 메마른 땅이 더 좋겠다. 히스나 갈색 가시금작화가 자라는 불모지라도 좋다. 하늘에 계시는 신의 뜻대로 되어지이다! 하지만 난 육지에서 죽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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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3페이지에 이르는 1막 1장을 읽었을 뿐인데 남겨두고 싶은 대사가 많다. 위에 인용해 둔 부분은 모두 곤잘로(정직한 노대신)의 대사. 폭풍때문에 배가 침몰할 상황에서 관상이 교수형 당할 상이라 안심이 된다니 재미있기도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건 재미를 넘어서서 인물에 대한 신뢰감을 자아낸다. 이 사람의 신념이 보통 신념의 단어에 따라오는 이성이 아니라 '운명'일지라 해도 말이다.
이 사람이 그렇게 믿는다면 나도 함께 믿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지금의 내가 폭풍에 휘말린 부서진 배 같은 상황이라도 운명의 여신이 그렇게 정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침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운명에 대한 믿음. 곤잘로가 믿는다면 나 역시도 믿는다. 운명이 날 이대로 침몰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란 것을.
이자의 대사가 내 눈에 섬광처럼 콕콕 처박힌 이유는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기 때문인지도. 어쩌면 내 식대로 해석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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