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노예

Posted 2009. 12. 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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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는 카드를 자를 예정이다. 실제로 가위로 자르고 끊어야지. 조만간 모아둔 돈으로 깨작깨작 살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는 더이상 안된다. 지난 2년간 아무도 눈치 못챌만큼 아주 조금씩 스물스물 늘어난 지출을 단기간에 반으로 줄일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심스럽고, 두렵지만 해볼 예정이다. 술값, 옷값, 책값.. 포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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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이 힘든 건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한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간관계인 것 같다. 친구같던 최대리가 내 위에 군림하려고 발버둥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난 진정으로 퇴사를 꿈꿨다. 오늘은 여직원들끼리 회식이 있는 날인데, 까먹기도 했거니와 별로 가고 싶지도 않던 마음에 약속이 있다고 했더니, 세상에 세상에-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우고 어떻게 까먹을 수 있냐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난 그만 지긋지긋해져버리고 말았다. 아, 꺼져- 라고 말하고 싶었다. 진심. 같이 점심먹는것도 짜증나는데 무슨 따로 회식거리고 있네. 

언젠가는 짜증나는 인간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들이랑만 만나고 살 수는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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