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에서
Posted 2010. 1. 27. 13:17
빠이(Pai)는 태국의 북부에 있는 작은 소도시로, 치앙마이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가량 이동한다. 내가 갔던 날은 12월 30일인가 31일인가였는데, 태국사람들이 빠이에서 새해 첫 날 일출을 보는 것이 관례라는 걸 모르고 왔기 때문에 당연히 숙소 예약을 하지 않았었다. 발품 파는 것은 물론이고, 호텔리스트를 보며 전화를 걸어 방이 있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일관되게 NO.
다행히도 나는 그 당시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밤 12시가 넘어서도 길거리에 나앉아 있어도 상관없었는데, 우리를 불쌍히 여긴 슈퍼 아주머니가 되지도 않는 영어로 잠자리를 제공해주었다. 즉석민박이라니, 정말 추억이잖아. +_+ 다음 날 일정의 사례비를 건네고 본격적으로 빠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나의 여행 패턴은 세월보내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별다른걸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땅히 할 일도 없었다. 그래도 좋았던 이유는 그곳에서 로맨스가 싹텄기 때문이었는데.....
별다른 건 없다. 그저 도로를 걸을 때면 나를 안쪽에 밀어넣고 걷는다던가, 밤에 기침을 하니 약을 사다준다던가,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씌워준다던가, 그러곤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 마을 곳곳을 쏘다닌다던가, 블랙잭을 가르쳐준다던가, 뭐 그런거. 사소한 것들.
태국에서는 새해가 되면 지름 50센티미터 정도 되는 동그란, 창호지로 만든 어떤 가벼운 물체를 열기구의 원리로 불을 지핀 후 하늘로 띄우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다. (사진이 있었던가.. 못찾겠다 지금은.) 너무 다행히도 우리가 간 날이 12월 마지막날이었기 때문에, 나도 그 풍선 비스무리한 것을 띄우며 소원을 빌 수 있었다. 이 사람과 내년에도 함께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해달라고. 뭐 이런 오글오글 한 것들.
그래서인지 다른 어떤 판타스틱 장소보다도 빠이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그저 푸르고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의 귀여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땅콩가루가 뿌려진 팟타이나 파인애플 볶음밥을 먹고, 심심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한바퀴를 돌고, 밤이 되면 맥주 한캔씩 마시며 오두막에 앉아 별을 보던 그곳.
길가에는 코끼리가 그냥 막 지나다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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