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환희

Posted 2010. 5. 31. 13:09

볶음밥을 해먹었다.
감자와 양파와 빨간색 파프리카와 햄을 조각조각내어 버터에 살살 볶은 후 식은밥과 간장 조금, 깨 조금, 참기름 조금을 넣어서 빠른 시간 내에 섞은 후 불을 끄고 접시에 담아 고추장을 약간 곁들여 김치와 함께 먹었다.

혼자 밥을 먹으며 문득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 생각은 마치 눈물이 터져나오는 것 처럼 참을 수 없이 터져나왔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떠나서 단지 그 출산의 순간에 대한 상상.  

난 아이를 낳고 싶다거나 결혼을 하고 싶다고 강렬히 원한 적이 없다.
행복해보이는 가족을 보면 '저 상태가 나의 미래가 될 리 없다.'고 여겨서 비롯하는 질투심이 생겨날 망정 부럽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 생각은 최근 만삭을 한 여인과의 대화, 로스트에서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출산장면, 생전 처음 겪어보는 정도의 극심한 생리통이 모두 한 곳에 모여 결국에는 의식에로까지 흐르게 된 것일테다.

대단하다는 출산의 고통이 물론 아직도 두렵긴 하지만 그 아연한 고통의 잔해에서 채 헤어나오기도 전에 미소를 짓게하는 그 관계의 힘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어떻게 키울지 막연한, 차라리 암담하다고 해도 좋았을 상태에서도 쏟아져나오는 기쁨의 눈물. 그렇게 이어진 엄마와 아이의 관계. 그 환희의 순간을 느껴보고 싶다고 변덕을 부려봤지만,

역시나 내 미래는 나조차도 아직 종잡을 수 없다.

다만 하지 않겠다고 닫아두었던 문을 열어두는데 만족하도록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