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Posted 2009. 12. 4. 16:42당시 나는 열혈대학생으로써, 이런저런 집회도 참석하고 미약하게나마 도로점거도 해보았고, 매주 월요일마다 선배,동기들과 함께 한국의 근현대사,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었다. 문득문득 드는 회의감은 '우리라도 해야 아주 조금이라도 변한다.'라는 선배의 설득으로 꾸욱 눌렸다.
왜였을까. 선배들은 미루고 미루던 군대를 가야만 했었고, 취업을 해야 했었고, 나름 포함한 동기들은 사회과학보다 술과 사람을 더 좋아했었고, 나는 어린 후배들을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약한 신념을 갖고 있었던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등록금은 계속 올랐고, 한나라당은 노무현을 탄핵위기까지 몰아넣었고, 등등의 여러가지 실망스러운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났고, 이명박이 결국 대통령이 되면서 나는 끝끝내 놓지 못하던 헛된 희망을 버렸나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등록금은 계속 올랐고, 한나라당은 노무현을 탄핵위기까지 몰아넣었고, 등등의 여러가지 실망스러운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났고, 이명박이 결국 대통령이 되면서 나는 끝끝내 놓지 못하던 헛된 희망을 버렸나보다.
고진이 말하는 '세계시민'은 내 공동체 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사람들,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까지도 고려하며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이해했다. 우리는 세계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더 나은 세상이란 무엇일까? 나 하나만으로도 정말 세상은 조금 더 살기좋아지는 것일까? 2년 전 나는 조금 더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내게 주어진 것을 최대한으로 이용해먹어야겠다고. 가난했던 우리가족이 지금처럼 풍요로워진 것은 아빠가 대기업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고 우리 가족은 대기업의 수혜를 받아먹고 살고 있다. 나와 동생은 등록금 걱정 한 번 해보지 않았고, 생계형 알바는 커녕 줄타고 들어가서 놀멍쉬멍 경마장 알바(비정규직이다.)를 해서 번 돈으로 친구들에게 정원딸린 집에 사냐는 얘기까지 들을 정도로 부족함 없이 놀고먹고공부했다.
재벌이 되길 바란 적도 없고, 가까이 지내길 바란 적도 없다. 내게 주어진 소소한 것들을 누리고 향유하며 살고 싶다. 그런데 자꾸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조금 더 불행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뻔뻔한 기업에, 멍청한 정치인들에게 자꾸만 기대를 해보라고, 계란으로 바위치는 소리가 들린다. 정의는 무엇일까? 왜 내가 갖고있는 것을 누리고, 이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빼먹는 건 왜 진리가 될 수 없는걸까? 단지 내가 아주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베풀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 훨씬 많이 가진 사람들도 당당히 베풀지 않는데. 내가 바닥까지 내려간다 해도 손을 내밀어줄 사람은 없을텐데, 나는 왜 내밀어야 하는가? 세상은 변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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