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

Posted 2010. 12. 6. 14:04



이사한다고/논다고 한동안 어느 곳에도 글을 쓰지 못했다. 짐 정리도 못한 채로 매일 저녁 놀러 나다녔다. 한 날은 영화 [하와이, 오슬로]를 도서관에서 빌려서 친구와 함께 봤다. 캐네디언 이지만 노르웨이 출신의 친구가 극찬을 하던데 나쁘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기 바빴는데, 마지막에 친구의 해석이 더 재미있었다. 여러 사람의 삶과 그만큼 여러 종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 어느 누구도 비슷하지 않았고, 나를 그 누구에게도 대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영화.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와중에 이런 저런 우연과 인연이 겹쳐 한 친구와 새로 친해지게 됐다. 언제나 똑같은 나날들이라 생각하지만 되돌아보면 한국에서의 6개월보다 훨씬 더 스펙타클한 새로운 일들이 많았었는데, 이 친구와의 만남도 그 중 하나다. 한국에서 만났다면 달랐을까.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건 참 신기해서, 인연인 관계라면 서로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정말로 있는 것 같다. 친구들과 딥 커넥티드란 말을 많이 쓰는데. 아무리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도 공허한 관계가 있는가하면 만난지 얼마 안됐더라도 이어진 끈이 단단하고 깊단 걸 느끼는 관계가 있다.  

지금까지는 룸메에게 차가 있어서 쌀이나 김치걱정을 한 적이 없었는데, 독립(?)하면서 당장 쌀문제에 직면했다. 멀리 떨어진 몰에 쇼핑겸 중국마트에 쌀을 사러 배낭 메고 다녀왔다. 엄마와 통화를 하며 이 얘길 했더니 한국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검은 동남아 출신들의 노동자같다며 날 안쓰러워하셨다. 그런가. 뭐 다를 것도 없지. ㅎㅎㅎ 여튼 저녁은 밥과 함께 가지볶음을 해먹었는데 맛없었다. 하도 요리를 많이 해먹다 보니 웬만한 음식은 먹을만 한데, 이번 가지볶음 만큼은 완전 실패작. 이 곳 가지가 맛이 없는 것 같다. 보통 요리의 맛은 재료맛에 기반하니까;; 고기를 의식적으로 먹지 않다보니 야채 요리를 많이 해먹는데 가지요리는 다시는 해먹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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