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my breath.

Posted 2010. 10. 25. 15:39

수키 김의 [통역사]의 첫 문장은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로 시작한다.

부쩍 추워지더니, 급기야는 첫눈이 내리던 오늘 밤. 집에 들어오기 전 아파트 프론트 도어 앞을 서성이며 담배를 피우다가 갑작스레 이 문장을 떠올렸다. 왜지?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11시의 담배가 더욱 더 절망감의 표현이어서?  어떤 흡연자는 이 문장을 멋부렸다며 싫어했었는데, 나는 나의 흡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어서?

절대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건 중독될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내게 흡연은 기호식품 그 이상이다. 내가 뿜어낸 숨이 흩어져가는 걸 바라보고, 그 끝에 몇 남지 않은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걸 바라보고, 살짝 어지러워지며 비틀거리기도 하고, 내가 흡연을 하게 된 이유를 상기해보고, 그 이전을 그리워도 해 보고, 철저하게 혼자인 나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보기도 하고, 강해지겠다고 헛된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고, 필터까지 피지 말라고 했던 사람의 말도 기억해보며, 짧아져가는 담배를 바라본다. 

끊을 수 있을까. 당분간은 그 언제고 나의 절망감을 표현해주는 담배를 포기할 순 없을거다.
그러기에 난 흡연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아도취가 너무 과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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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Posted 2010. 10. 20. 15:52
아까 이를 닦는데 피가 났다. 살다가 이렇게 피가 많이 난 적은 처음이다. 치약이 주황색이 될 정도였다. 이를 다 닦고 세수를 하고 난 뒤까지도 계속 피가 났다. 사랑니가 썩고 있는 건가보다. 치약맛보다 피맛이 더 많이 났다. 이건 과장.

저녁으로 빵을 먹었는데 빵이 좀 오래된 거여서인지 배탈이 났다. 빵이 말라서 전자렌지에 돌렸는데 전자렌지에 돌리는 과정이 음식에 수분을 뺏어가는 건지 수분을 공급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마른 빵은 계속 말라있었다. 예전에 돌렸을 땐 촉촉해졌었는데. 전자렌지에 종이를 넣으면 불에 타나?

요즘 장을 보러 가고 싶은데 엄두가 안난다. 장을 보러가지 않은지 너무 오래 됐다. 집에 계란이랑 양파밖에 없다. 버섯이랑 아스파라거스, 복숭아 이런것들 좀 사고 만약 좀 땡긴다면 소고기를 조금 사도 좋겠다. 어쨌든 고기를 먹지 않은지 오래 되었으니까. 조금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술을 좀 사두어야 겠다. 와인이나 럼이 좋을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친구와 연애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그랬다. you didn't even like him. it's just deflecting. 대화 흐름상 유추해본 deflecting의 뜻이 확실하지 않아서 그냥 maybe라고 대답했는데 집에 와서 사전 찾아보니 빗나가다라는 뜻이란다. 어쩜 단어도 이렇게 꼭꼭 맞는 단어만 쓰는지. 어쩌면 괜찮아질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무한도전 텔레파시편은 나같은 무한도전 빠순이에게는 완전 팬서비스같은 에피소드였다. 진짜 좋다. 진짜 사랑해. 그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살면서 최악의 순간마다 내 옆에 있어줬던 건 무한도전 뿐이었고, 지금도 역시 그렇다. 내가 힘든 걸 이겨내며 성장해갈 때마다 무한도전도 함께 성장한다. 평생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뭐랄까 이런 사소한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으니까 허전해서 자꾸 이런 잡담만 쓴다. 머리속에서는 자꾸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는데 내 이야길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이걸 비워낼 곳이 없다. 친구들도 보고싶고 가족들도 보고싶고 헤어진 애인도 보고싶다. 외롭다. 혼자서 이겨내며 강해지고 싶어서 이곳에 왔으면서 점점 약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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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말고 덜도말고 그냥 잡담

Posted 2010. 10. 20. 12:05

이 곳에 오는 사람이 없어서 이 곳에 글을 쓴다고 하는 헛소리가 헛소리인 이유는 매번 유입 경로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어떤 블로그 주소가 있어서 가봤더니 심지어 이곳을 링크해 두셨더라. 아.. 뭔가 감동적이야; 역시 난 히키코모리의 마음은 이해할 수가 없는 지극히도 사회적인, 사랑에 굶주린 인간이었던 거다.

그저께인가는 극도로 혐오하기까지 하는 배설용 연애담을 써놓아 버렸는데 [연애 블로그]가 유입 검색어로 되어 있었다. 하하하. 그것도 세개나. -_-
이곳은 연애 블로그가 아니에요. ㅈㅅ

요즘은 좀 많이 외로워서인지 어쩐지 관심받고 싶어하고 있다.

도시이동을 생각해봤는데, 모두들 겨울엔 집도, 잡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가면 토론토쪽으로 가고 싶은데, 아마 못가게 안가게 되지 않을까. 뭐 가면 가겠지만 사실 그 추운데서 집도 돈도 없이 떠돌 생각 하면 안그래도 시린 마음 더 시려질 듯 하여;

처음에 캐나다에 올 때는 10월이나 11월쯤에 에드먼튼이 지겨워질 무렵 토론토나 몬트리올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막상 집과 잡이 있는 이곳을 떠나기가 어렵다.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 죽겠는데 그저 혼자 마실 술이나 사 모으며 이 겨울을 외롭게 나야 하나. 그렇다고 도시를 옮기면 안외로울까. 뭐 이런 잡다한 고민들 할 시간에 공부나 하면 바이링구얼이 됐겠죠.

스페니쉬 배우는 디브이디를 사서 오늘 처음으로 시도해봤는데 은근히 재미있다. 문법 어쩌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문장이랑 단어 통째로 외우는 식. 언어를 배우는게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너무 적어서 생각 많이 하고 시작하라고 하던데, 요즘 남는게 시간 뿐이라 미드볼 시간에 이거나 돌리고 있는 것도 괜찮겠다. 부에노스 디아스, 부에나스 나쵸스.. 이게 아닌데; 나 교양 스페인어 강좌에서 비쁠맞은 앤데. 그것도 중간고사는 거의 만점받아놓고 기말 때 맹장수술 해서였나 애인이랑 헤어져서였나 공부 하나도 못해서 반타작해서 비쁠. 아, 갑자기 왜 이런 기억이.

밥먹어야 하는데. 배고픈데. 집에 먹을게 계란이랑 양파밖에 없다. 아. 가게에서 가져온 스콘이 있구나. 스콘은 왠지 간식이나 브런치의 느낌이라 저녁으로 먹기에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발사믹에 양파 볶아서 같이 먹어볼 생각을 하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급 들었다. 요리하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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