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my breath.
Posted 2010. 10. 25. 15:39수키 김의 [통역사]의 첫 문장은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로 시작한다.
부쩍 추워지더니, 급기야는 첫눈이 내리던 오늘 밤. 집에 들어오기 전 아파트 프론트 도어 앞을 서성이며 담배를 피우다가 갑작스레 이 문장을 떠올렸다. 왜지?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11시의 담배가 더욱 더 절망감의 표현이어서? 어떤 흡연자는 이 문장을 멋부렸다며 싫어했었는데, 나는 나의 흡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어서?
절대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건 중독될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내게 흡연은 기호식품 그 이상이다. 내가 뿜어낸 숨이 흩어져가는 걸 바라보고, 그 끝에 몇 남지 않은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걸 바라보고, 살짝 어지러워지며 비틀거리기도 하고, 내가 흡연을 하게 된 이유를 상기해보고, 그 이전을 그리워도 해 보고, 철저하게 혼자인 나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보기도 하고, 강해지겠다고 헛된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고, 필터까지 피지 말라고 했던 사람의 말도 기억해보며, 짧아져가는 담배를 바라본다.
끊을 수 있을까. 당분간은 그 언제고 나의 절망감을 표현해주는 담배를 포기할 순 없을거다.
그러기에 난 흡연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아도취가 너무 과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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