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무슨.

Posted 2010. 11. 7. 07:34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났다. 요즘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어제도 4시경에 잤다. 3시엔 라면을 먹었다. 배가 불러 먹을 수 없었지만 너무 먹고 싶어서 1시간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엔 먹었다. 먹고는 소화가 안되서 죽는 줄 알았다. 후회됐다.

아, 수다 떨고 싶다.

항상 친구들에게 너네가 너무 시끄러워서 나까지 시끄러운 애 취급 받는다고 해서 친구들의 빈정을 샀었는데, 난 진심으로 내가 리스닝 펄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난 진짜 말 하지 않고서는 못견디는 애였나보다. 마르케스가 말 한 바로는, 릴케가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을거라 믿는다면, 글을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 사람이다. 이렇게 되도 않는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괜찮은 글을 쓸 수 있겠지. 이를테면 이런 글.

향수 어린 과거를 회상하는 내 후각 능력은 실로 대단하다. 미각에 관한 한, 술들이 창문 맛이고, 묵은 빵들이 트렁크 맛이며, 시럽이 가톨릭 미사 맛이라고 느낀 적이 있을 정도로 미각을 단련시켰다. 이처럼 주관적인 쾌락을 이해하는 것은 이론상 어려운 일이나 그런 쾌락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은 즉시 이해할 것이다.
[이야기 하기 위해 살다] p143
대청소를 했다. 청소기를 돌릴 때 먼지들을 빨아들이며 타닥거리는 소음을 좋아한다. 이 소음은 상쾌하다. 방이 깨끗해지고  있다는 걸 청각으로 느낀다는 건 확실히 재미있는 일이다. 쌓인 먼지를 다 닦고, 옷정리를 했다. 이불도 털었다. 청소를 한 후 하루만에 다시 청소를 하기 전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능력때문에 청소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한 번 하면 한다. 깨끗해서 기분이 좋다. 오랜만에 책도 조금 읽었다. 이젠 스페인어 공부를 해야지.

미드 [모던 패밀리]에는 자신의 문화에 자부심을 가진 콜롬비아 출신 여자가 나오는데 페루인을 비하하는 말을 했다. 남미의 역사적 배경을 전혀 모르는 난 왜그런지 궁금했었는데 오늘 그 이유를 알았다.

1932년도의 내 삶은 그런 식이었다. 그때 루이스 미겔 산체스 세로 장군의 군부 통치 하에 있던 페루 군대가 콜롬비아 남쪽 끝, 아마존 강 어귀에 위치한 무방비 상태의 마을 레띠시아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식은 양국 곳곳에 울려 퍼졌다. 콜롬비아 정부는 국민 동원령과 집집마다 가장 값나가는 귀금속을 모으는 국민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포했다. 페루 군대의 교활한 공격에 분노한 애국심은 일찍이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대중적 반응을 얘기했다. 집집마다 자발적으로 내는 귀금속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귀금속 수집인들이 다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였다. 하물며 실질적인 가치보다 상징적인 가치가 더 큰 결혼반지까지 내놓았다.
[이야기 하기 위해 살다] p140
단지 20여페이지만을 읽었을 뿐인데 많은 생각들이 샘솟는다. 아이러니는 내가 왜 책을 읽었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 저녁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술 취해서 댓글 달았는데, 아침에 읽어보니 나름 멀쩡해서 다행이다. 어제 마신 술은 화이트 위스키로 화이트 오울이었는데 병의 부엉이 날개를 바라보며 술을 들이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맛도 별로 없고 숙취도 대단해서 하루 종일 졸려 죽는 줄 알았다. 일 끝나니까 술이 좀 깨더라.

오늘따라 또 가게에 아는 분이 오셨는데, 너무 바쁜 시간대이기도 했고 술에 완전히 덜 깨 있어서 그 분이 누구인가, 왜 한국말이 들리는가, 하며 한 참 그 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예전에 잠깐 데이트하던 친구가 가게에 찾아와서 날 부른 적이 있었는데 한국말로 나를 부르며 인사하니까 갑자기 꿈에서 깬 듯한 기분을 느꼈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꿈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더라; 이게 말로 설명하기는 힘든 느낌인데 영어로 얘기하며 일하는 나와 한글을 사용하는 나는 뭔가 분리된 듯한? 적응되지 않는 이상한 경험이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토마토 스튜와 참치볶음. 양파, 감자 기본 베이스에 토마토 스튜에는 토마토가 들어갔고, 참치 볶음에는 참치가 들어갔다. 며칠 전에는 잡채를 해먹었는데 대성공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안주로 소세지 볶음이나 김치전 같은 건 자주 만들어먹었지만 본격적으로 혼자 해먹는 것에 슬슬 적응을 해가고 있는 것 같다. 어설프게 열심히 시도하다가 매번 실패하고는 맛있다고 최면(이 최면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한 3분간 뜸들였다. 자꾸 체념이 떠올랐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 먹던 2개월, 아예 먹지 않고 가게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때우던 2개월을 지나 드디어 정착하고 있다.

어제 포스팅을 한 후, 연장선에서 룸메와 술을 마시며 나의 미래에 대한 대화를 (또!)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돈을 들여가며 공부. 말하자면 학위를 따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차라리 한국 가서 좋아하는 사진 작가 시다로 들어가는게 낫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부잣집 딸래미가 아닌 나는 아마 이 선택후보의 순위를 좀 낮추지 않을까 싶다.

내일이 rememberance day인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음주였다. 절망. 이 날이 11월에 있는 건 뭔가 의미가 있는 건가? rememver, november. ㅋㅋㅋ

'Pa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ng weekend  (4) 2010.11.15
NFP  (2) 2010.11.10
나의 미래.  (4) 2010.11.03
시간  (2) 2010.10.26
I can see my breath.  (0) 2010.10.25

나의 미래.

Posted 2010. 11. 3. 14:10

정말 11월이다. 충격.
9월에 한살 더 먹은지 얼마 안됐는데 1월이라 또 한살 더먹는다! 말도 안됨. 이건 고문임. 서른까지는 늙었다고, 혹은 늙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올해부터는 이게 쉬운게 아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스물 넷이라고 뻥치고 다니고 싶다. 사람들이 그 정도로는 봐주니까.

일주일만 있으면 캐나다에 온 지 6개월이다.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할 만큼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심심하고 외롭다. 한 2개월 전부터인가, 대체 뭐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래는 가장 하고 싶은 순의 리스트.

1. 콜롬비아/스페인으로 스패니쉬 어학연수.  가능하다면 Aupair 지원도 해볼 듯. : 공부를 더 하는 것이니 만큼 모아둔 돈을 다 써야 한다. 스패니쉬를 배워서 뭐할 것인가? 마르케스 책 원서로 읽는 것으로 만족? 중남미 쪽 여행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경험이 없고 돈이 안되는 일이니까 여행은 취미로 남겨두는게 좋을 듯. 무역 관련 공부를 해서 중남미 무역회사 취업도 하나의 방법. 단점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2. 아트 스쿨로 미국 유학가서 포토그래피 전공. : 사진은 나의 취미 중 하나인데, 지인들이 하도 사진과 글과 여행을 연계해서 뭔가 해보라고 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워보고 싶어졌다. 예술에 대한 재능이 없다는 것은 삶의 예술화를 지향하는 날 절망케하는 독보적인 이유인데, 피아노가 그랬고, 미술이 그랬고, 영화가, 연극이, 무용이, 기타가 그랬다. 그마나 글짓기는 가능성은 있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었음. 이에 비해 그래도 조금 인정받는 것이 사진이다.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 하지만 밥벌이에 유용할지는 미지수.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현저히 떨어진다.

3.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 : 돌아가서 취업. 지겨워지면 아일랜드나 뉴질랜드로 또다시 워홀 떠돌이 생활 시작하겠지. 그러다 한국에 돌아와서 또 취업하나? 그러다 선봐서 결혼하고, 매일 걱정하는게 저녁때 뭐해먹지고, 지루함을 친구 삼아 안주 삼아 그럭 저럭 재미 있게 심심 하게 소소한 행복 찾아 지낼까. 언젠가 이런 생활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날이 올까.

4. 이곳에서 유학생활. : 만약 대학원에 가게 된다면 철학과인데, 철학과 석사 해서 뭐해 하니 부모님은 지원해줄 테니 박사까지 해서 교수하라신다. 하지만 난 정말 공부타입 아니라서 이건 아마도 패스.

5. 워크 퍼밋 받아서 지금 같은 생활 연장 및 캐나다 여행. : ㅎㅎㅎㅎㅎㅎㅎ


일하는 커피숍에 오는 단골 손님 중에 멋있는 아저씨가 있는데, 멋있어서 좋다고 했더니 친구가 40대는 되어 보인다면서 갑자기 우리의 40대는 어떠려나? 그 때도 xx의 파티에 가서 밤새 취해서 놀려나? 라고 웃는 표정으로 물었다. 미쳤냐? 설마. 라고 했지만 우리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나의 40대는 어떤 40대일까? 친구는 나보다 5살이나 어리니깐 아직 괜찮지만. 나는? 짜식, 내가 너 나이땐 40대는 영영 안오는 줄만 알았는데.

가끔 폐지 줍게 되면 재워달라고 친한 친구에게 농담하는데, 그게.......... 진짜 부탁이 되면 어떡하지?

'Pa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NFP  (2) 2010.11.10
I am afraid of that I may forget you sometime.  (0) 2010.11.04
시간  (2) 2010.10.26
I can see my breath.  (0) 2010.10.25
수다  (0) 2010.10.20
« PREV : 1 : ··· : 7 : 8 : 9 : 10 : 11 : 12 : 13 : ··· : 33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