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튼 구직 체험기
Posted 2010. 8. 13. 16:07짤방은 밴쿠버 스탠리 파크 근처. 언제 또 오나 싶었었는데 갈 날이 한달 남았다. 후후
오늘의 주제는 에드먼튼에서 일자리 구하기. 유입 경로를 보면 이 황량한 블로그에 '에드먼튼' 검색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작 필요한 정보제공은 없어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이제서야 포스팅한다.
나는 호주에서 10개월 정도 어학연수한 경험도 있고, 어디 여행다니면서 사귀는 외국인 친구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별로 없기도 했고, 다니던 회사에서는 국제학술행사 개최를 담당했던지라 외국인을 만날 기회도 많았고 업무의 반 이상은 영어로 진행했기 때문에 영어에 꽤나 자신감이 있는 편이었다. 나 영어 잘해. 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영어때문에 어려움은 없는, 커트라인은 넘긴 정도의 수준이어서 캐나다에 올 때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경험을 위해 브레덴코에서 알바도 해서 영어, 경력 모두 뒷받침 된다고 생각하며 별 긴장감 없이 자신있게 레쥬메를 작성해서는 돌리기 시작했다. 세지는 않았지만 온라인까지 합하면 7-80 장 정도는 돌렸다. 잡을 구하기까지 1달 반, 인터뷰 2번, 전화 인터뷰 1번. 예전에 취업할 때 총 40번 지원에 3번의 면접을 봤던 것보다 더 최악의 결과였고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쭉쭉 빠져서 엄마가 살빼러 갔다고 생각하라고 위로해줄 정도였다.
막상 일을 구하려고 보니 중급 정도의 영어나, 초급 정도의 영어나 상관없었다. 현지인들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의 영어 실력은 초급이나 중급이나 어느 정도 소통하는데 한계가 있는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상관없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2번의 인터뷰는 Good Earth 라는 커피숍과 Jugo Juice에서였는데
서비스직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느냐?
예전의 직장에서 가장 성취도가 높았던 프로젝트는?
서비스직에서 가장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은?
뭐 이따위의 대기업 맞먹는 인터뷰 질문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생글생글 웃으며 답했음에도 연락은 없었고 정작 일하게 된 곳의 인터뷰에서는 이런 질문 없이 약간의 잡담 후에 일할 수 있는 시간, 시급 정도를 협의하고 바로 일에 투입됐다.
지금은 WEM의 요거트 가게인 Yogen Fruz에서 일하고 있다. 매니저가 한국인에게 무척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일부러 한국인을 뽑기까지 하는 흔치 않은 캐릭터의 캐네디언인데 운 좋게 자리가 나서 일하게 됐다. Daum의 대표적인 캐나다 워홀 까페에서 에드먼튼 대표(?)로 체험기를 올리는 친구가 이곳에서 일하며 체험기를 세세하게 올려두기도 해서 나름 에드먼튼 워홀러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리라 본다.
매니저도 친절하고, 코워커들과도 무척 친해져서 일하러 가는게 신나고 기다려질 정도인데, 파트타임이라 세컨잡이 절실히 필요해서 대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9월을 앞두고 여기저기 찔러보기 시작했는데, 평소 자주 다니다가 혹시나 하며 레쥬메 넣어 보았던 집 앞의 Good earth에서 연락이 와서 일단 이틀 트레이닝을 했다.
일단 여기까지.
잡을 구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웃는 얼굴과 운이라 본다. 하지만 그건 그 뿐. 영어가 안된다면 짤릴 수밖에 없다. 요거트 가게에서 내 앞의 2명이 짤렸다고 들었기 때문에 한 3주는 긴장하며 눈치코치 다 보고 애들이 내 뒷다마 까는 것 같으면 듣고 바로 그 날 그건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똑같은 실수 안하려고 온 감각은 다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새로 잡을 구하려고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또 영어가 문제다.
처음에 인터뷰 할 땐 보스가 코리안 좋다고 나 웃는게 예쁘다고 하면서 인상 좋게 보고 트레이닝 해보자고 할 때가 월요일인데, 벌써 하이어링 하냐 마냐하며 계속 겁준다. 요거트 가게보다 메뉴가 훨씬 많고 바가 커서 손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또 뭐라고 대답을 하는지,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하며 멍때리다 보면 실수하고, 어제까지 예쁘게 웃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던 코워커들에게 지적질 받고, 예쁜 까페에서 원하던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자랑하던 어제가 무색해진다.
내일이 마지막 트레이닝인데, 오늘은 트레이닝도 없는 날인데 괜히 가서 커피 하나 마시며 코워커에게 살랑살랑 거리며 애교 부리고 왔다. 외국에서 일하기 정말 힘들다. 잡 구하기도 힘들지만, 일하기는 더 힘들다. 캐나다 땅에서 당차게 일하고 있는 워홀러친구들. 정말 대단하다. 그래도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훨씬 나 자신을 단련하는 것만 같다. 여기서 잠깐 눈물좀 닦고. 괜히 감정이 북받침;;;
에드먼튼, 진짜 처음에 재미 없어서 11월에 토론토로 옮기려고 했는데, 은근히 정들어서 안옮길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Somewhere in the 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Happy Halloween♡ (0) | 2010.10.31 |
---|---|
쓸쓸한 날들 (0) | 2010.09.26 |
. (2) | 2010.06.22 |
승리의 도리토스와 허니브라운!!!!!!!!!!!!! (2) | 2010.06.19 |
Dear diary (2) | 2010.06.16 |
- Filed under : Somewhere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