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5.

Posted 2011. 1. 16. 15:58
술 취했을 때만 웃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상상이 점점 현실로 굳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서 두렵다. 술을 마시면 쓸데 없는 거에도 계속 웃는데 신기한 건 정말 재밌어서 웃겨 죽겠다는거다. 기억이 안나긴 하지만서도; 위가 점점 안좋아지고 있는데 보드카와 오렌지쥬스의 궁합이 위를 상당히 자극하고 있는 듯 하다. 고민이다. 안먹을 수도 없고. 캡슐로 된 술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주에 진과 에페메르를 섞어 마셨는데 보통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반병 정도 마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섞어 마시니까 1/4에 훅 가더라. 진과 맥주의 궁합때문인지, 술이 약해진건지;

한동안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고, 위염때문에 밥도 잘 못먹고 했더니 3키로가 훅 줄어서 기뻤는데, 밥을 다시 먹기 시작한 후로는 몸무게를 재지 않았다. 게다가 술 때문에 이틀 연속으로 운동도 못갔더니 몸이 겔겔겔. 이제 관리를 해야 할 나이라는게 슬프다. 내일은 운동 갈 수 있겠지...

나이 많은 아저씨와 사귀기 시작한 친구는 요즘 고민이 많은가보다. 그의 안정적인 면모를 좋아해서 만나기 시작했으면서 또 나이는 걸리고, 그렇다고 나이가 어린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싫고. 참 욕심이다 싶더라. 난 사랑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을 앞으로 평생 만날 수 있을지도 의심이 나서 두려운데. 점점 사랑에 빠지기가 힘이 드는 것 같다. 이것 저것 재고, 과거의 사람들과 비교도 하고, Love인지 Lust인지 그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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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Posted 2011. 1. 10. 05:03
쓰잘데기 없는 데이트들, 잠, 술로 가득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루 24시간중에 한 10시간 자고, 2시간 운동, 1시간 씻고 나갈 준비, 7시간 일, 나머지 시간은 술. 술 땜에 운동 안가면 잠은 12시간으로 늘고. 하루가 뭐 이러나. 한국에서 6시간씩 자며 회사다닐 땐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잔다. 잠을 좀 컨트롤해야겠다. 술은 별로 컨트롤하고 싶지 않고. ㅋㅋ

여기 있으면서 만나는 가볍디 가벼운 관계들에 이젠 물리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쳐내고, 또 쳐내지고, 이런 생활이 힘들다는거 알면서도 계속 만나고. 그러다보면 누구 하나는 남겠지 싶어서. 하지만 요즘들어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들만큼 가치가 있는생활인가 싶다. 달콤한 말, 진지함, 공유했던 슬픔, 나에게만 말하는 것만 같은 진심. 이런거 그냥 훅 불면 날아가더라.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무리 반복되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긴 뭐 남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한순간에 쌩인데, 별거 있나. 그래도 혼자일 수 없으니 계속 이렇게 살아야지. 만나고. 헤어지고. 흔들리고. 그러면서.

며칠 전에 운동하다가 BBC에서 북한 방송을 봤다. 우리나라에선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는거구나 싶어서 놀랐다고 친구에게 이야기했는데, 친구는 예의 그 쿨하고 뚱한 어조로 미디어를 믿지 말라나. ㅎㅎㅎ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통일이네 북한이네 뭐네 말하는 사람들 경멸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던데, 뭐랄까 언제나 봐왔던 그녀의 행동방식이지만 그날은 어쩐지 화가 많이 났다. 그래서 약간 어조가 높아졌는데 그냥 이래저래 딴 얘기로 넘어가서 구렁이 담넘듯 넘어갔지만 아직도 난 기분이 좀 상해있다. 자기의 의견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눌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며 그냥 동조해버리고 마는데 그게 안될 때도 있다. 특히 상대방보다 내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러면 그럴 수록 사실 더 겸손해져야 하는 건데.

그나저나 백번째 포스팅이다. ㅋㅋㅋㅋ 피비님 표현따라 백개째 대외적 징징거림? ㅋㅋ

오늘의 음악은 little dragon. 좋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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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Posted 2011. 1. 3. 15:53

새해가 왔다. 친구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연락을 여러 날에 걸쳐서 받았다. 2011년이구나. 정말?

31일 밤에는 멋진 밴드가 연주하는 클럽에 가서 밴드가 외치는 5,4,3,2,1 을 따라 외치곤 해피 뉴이어! 하며 친구들과 포옹과 키스를 나누곤 쪽쪽 빨던 하이볼을 내던지곤 데킬라 샷을 원샷하고 정신 놓고 춤을 췄다. 바닥에 옷 무더기를 쌓아 놨는데 그 위로 아주아주 뚱뚱한 여자가 넘어져서 옷 무더기 안에 들어있던 내 작은 가방 안의 내 카메라는 박살이 났다. 신나게 놀고 나서, 내일 모레면 인도로 떠나는 친구들의 마지막 하우스 파티에 가서 이젠 낯이 익은 여러 친구들과 해피 뉴이어를 외치며 포옹을 하고 럼을 마시고 새벽 3시 반까지 특별 연장 운행을 하는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메라 액정이 박살난 걸 발견했다. 슬프면서 웃겼다.

슬픔과 웃음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슬픔에 익숙해지면 질수록 그것에서 웃긴 부분을 찾기가 쉬워진다. 시야를 넓혀 보면 김정일을 희화화 하는 것도 그렇고, 시야를 좁혀 보면 이제는 3번이나 연말을 함께 보냈던 사람과의 기억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도 그렇고. 보스턴에서 홀로 취해 새해를 맞으며 노래 하는 이 가수의 음악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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