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Posted 2010. 12. 13. 13:29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수능을 마친 동생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셨다고 한다. 아빠도 함께 구매. 한국에 돌아가면 난 내가 사랑해 마지 않음은 물론 약정에 묶여 지금도 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롤리팝을 사용할 예정인데, 엄마는 막상 돌아오면 마음이 바뀔 것이라 하셨다. 말 그대로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유행하는 품목의 값어치가 비쌀 수록 그 유행의 파급효과가 확연히 더 크다. 외국에서 보는 한국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열기를 띄고 있는 것만 같다.

주말에 여러 모임에 다니며 새삼 나의 캐릭터에 대해서 재확인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독점하고 싶어한다는 것, 그게 뜻대로 안된다면 화가 나버리고 만다는 것. 그렇다고 나서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지도 않고, 마냥 앉아서 기다릴 뿐이라는거. 도대체 어떤 유년기를 보냈기에 이런 애정결핍 증상을 갖게 되었나, 이건 왜 나이가 먹을 수록 더 심해지는가. 지인들에게 참으로 피곤한 캐릭터가 아닐 수가 없다.

요즘 30대 중반의 미래의 나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다만 너무 자포자기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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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없어서 더 좋은 밤.

Posted 2010. 12. 9. 17:36

눈길을 달려 집으로 향하는 버스, 하얀 눈 위에 진 회색 빛 나무 그림자, Art district를 향한 표지판, 공중전화박스의 외로운 불빛, 교회의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는 죄책감, 그 어떤 차도 없는 8차선 눈 쌓인 도로, 영하 12도의 추위 속에서 느끼던 따뜻함, 9층 높이의 아파트 입구에서 바라보는 조용한 도시의 전경.

모두가 오롯이 내것이었다. 오늘 밤 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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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Posted 2010. 12. 6. 14:04



이사한다고/논다고 한동안 어느 곳에도 글을 쓰지 못했다. 짐 정리도 못한 채로 매일 저녁 놀러 나다녔다. 한 날은 영화 [하와이, 오슬로]를 도서관에서 빌려서 친구와 함께 봤다. 캐네디언 이지만 노르웨이 출신의 친구가 극찬을 하던데 나쁘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기 바빴는데, 마지막에 친구의 해석이 더 재미있었다. 여러 사람의 삶과 그만큼 여러 종류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 어느 누구도 비슷하지 않았고, 나를 그 누구에게도 대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영화.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와중에 이런 저런 우연과 인연이 겹쳐 한 친구와 새로 친해지게 됐다. 언제나 똑같은 나날들이라 생각하지만 되돌아보면 한국에서의 6개월보다 훨씬 더 스펙타클한 새로운 일들이 많았었는데, 이 친구와의 만남도 그 중 하나다. 한국에서 만났다면 달랐을까.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건 참 신기해서, 인연인 관계라면 서로를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정말로 있는 것 같다. 친구들과 딥 커넥티드란 말을 많이 쓰는데. 아무리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도 공허한 관계가 있는가하면 만난지 얼마 안됐더라도 이어진 끈이 단단하고 깊단 걸 느끼는 관계가 있다.  

지금까지는 룸메에게 차가 있어서 쌀이나 김치걱정을 한 적이 없었는데, 독립(?)하면서 당장 쌀문제에 직면했다. 멀리 떨어진 몰에 쇼핑겸 중국마트에 쌀을 사러 배낭 메고 다녀왔다. 엄마와 통화를 하며 이 얘길 했더니 한국에 우르르 몰려다니는 검은 동남아 출신들의 노동자같다며 날 안쓰러워하셨다. 그런가. 뭐 다를 것도 없지. ㅎㅎㅎ 여튼 저녁은 밥과 함께 가지볶음을 해먹었는데 맛없었다. 하도 요리를 많이 해먹다 보니 웬만한 음식은 먹을만 한데, 이번 가지볶음 만큼은 완전 실패작. 이 곳 가지가 맛이 없는 것 같다. 보통 요리의 맛은 재료맛에 기반하니까;; 고기를 의식적으로 먹지 않다보니 야채 요리를 많이 해먹는데 가지요리는 다시는 해먹지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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