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3.

Posted 2010. 12. 24. 15:22

고통의 날들이 지나가고 점차적으로 근육들이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어서 기쁘다. 지난 주 샤워하다가 사라져가는 허리라인에 충격받아 충동적으로 헬스 등록을 했는데,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트레이닝을 빡세게 받고(한 10분?ㅋㅋ) 별 생각 없이 러닝머신 좀 뛰고 웨이트 하고 그랬더니 근육에 상당한 무리가 왔는지 한 이틀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근육통이 심하게 왔다. 살면서 이 정도로 아팠던 적은 처음이었다. 가장 심했던 날 지하철을 타고 좀 멀리 나가서 친구들과 맥주한잔을 하고 왔는데 밤늦게 집에 들어오며 이러다가 강도 만나면 도망도 못가고 빼도박도 못하겠구나 싶어서 덜덜 떨며 왔으니까.

그래도 꾸준히 나가서 열심히는 못하더라도 성실하게는 운동하고 있다. 내일은 좀 많이 나아져서 땀흘리며 운동할 수 있길.



친구가 카드를 보내준다고 해서 새로 이사한 주소를 알려줬는데, 왠걸 택배가 온거다. 택배 안에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얼굴]과 꼬깔콘, 초코다이제, 짜장범벅, 크리스마스 카드가 들어있었다. 난 지난번에 받은 택배에 대한 보답도 해주지 못했는데 미안한 마음만 더 커졌다.

난 솔직하다는 말 많이 듣는데, 이게 참 아이러니한게 실제로는 솔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고맙거나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을 때 그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 말을 잘 하지 못한다. 어쩐지 인사치레처럼 들릴 것 같아서. 그래서 장황하게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데 정작 중요한 그 말만 빼놓고 말하니까 듣는 사람들은 내 마음이 뭔지 잘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여전히 하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속의 짐만 잔뜩 커져서는 혼자 끙끙거리다가 결국엔 그 사람을 안보게 되버리기도 하고, 그 마음을 알고 이해해주는 사람만이 남는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이해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잘 안된다. 미안해. 고마워. 라고 말하는게 아주 아주 맛있는 초콜릿을 한참 먹다가 절정에서 뱉어내야 하는 것처럼 어렵다.

나는 전한다고 전한 나의 마음이 사실은 겉돌고만 있다는 걸 알아서 그 사람에게 미안하고 그런데, 어떻게 말 할수가 없다. 한국이었다면 술 사주고 생색내면 될 일일텐데. 어쩜 이렇게 사람 챙기는 걸 못하는지.



오늘은 룸메들이 해준 순두부찌개와 낙지볶음을 먹었다. 난 지난주에 요리 한번 대접(?)한적이 있어서 그냥 베이컨양파계란말이로 봐줌. ㅋㅋ 행복해서 배가 불러오는게 슬플지경이었는데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일하면서 좀 즐거운 일이 생겨서 하루 종일 실실대면서 일했는데 소포도 받고, 카드에 적힌 문구도 너무 좋았고, 밥도 맛있었고, 엄마가 보내주신 팩소주 6개중에 마지막 팩을 오늘 따서 낙지볶음과 함께 했다.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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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Posted 2010. 12. 16. 14:58

이미 짐작을 하신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일기를 적거나 편지를 쓰거나 그런 것에 자주 매달리는 사람들은 대개가 바깥 세계에서 자기 욕망의 실현에 실패를 하는 경향이 많은 쪽이기 쉽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일기를 쓰는 행위가 보다 소극적이고 내향적인데 비해 편지를 쓰는 사람 쪽이 조금은 더 적극적이고 외부 지향적이라는 차이는 있을망정, 어느 쪽이나 똑같이 바깥 세계에 대한 공통의 원망을 지니게 됨으로써, 그 바깥 세계가 자기의 생각과 주장에 거꾸로 굴복해오기를 갈망할 뿐 아니라 궁극에 가서는 그것의 풍속이나 질서까지도 자기 식으로 온통 뒤바꿔놓기를 바라는 내밀한 욕망을 지니게 된다는 점입니다. 현실의 질서에는 자신이 굴복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번에는 그 세계가 거꾸로 자신에게 굴복해올 수 밖에 없도록, 그 세계 자체를 아예 자기 식으로 뒤바꿔 놓을 수 있을 어떤 새로운 질서를 음모하기 시작한단 말입니다. 좀 더 문학적인 표현을 빌어 말한다면, 자기의 삶의 근거를 마련하려는 일종의 복수심이지요.

- 이청준
친구가 인용해 둔 글을 가져왔다.
정말 어쩌면 이렇게 글을 쓰면 쓸 수록 내 안에 갇히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어제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한 2박 3일 동안 내내 술을 마시면서 수다떨고 싶다고 했다. 요즘엔 어쩔 수 없이 전화로 에피소드 위주의 대화만 간간히 하는 우리는 대학시절엔 술을 마시고 공부를 하고 길을 오가며 끝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말을 듣는지도 모르면서. 지금은 단편적인 대화 토막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그 시간들은 한데 뒤섞여 뭉퉁그려져 하나의 덩어리로 남아 있다. 졸업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도 그 총체적 시간들을 다시 보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많이 슬프고 아쉬웠었는데 그게 현실이 된 지금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아쉽다.

특히나 그 시간이 그리워져 버린 건 며칠 전 친구네 놀러가서 잤는데 누워서 잠들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이다. 캐나다 오고 나서 이렇게까지 내 얘길 많이 한 친구가 없었는데, 그리고 그게 단 하나 캐나다 생활의 부족한 점이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그런 친구를 만나니까 오히려 옛날 생각이 나버렸다.

대기가 눈으로 가득 차서 모든 것이 불투명해 보일 정도로 눈이 많이, 계속해서 내린다. 아침에 일하러 가는데 바람을 마주하고 걸어서 눈도 못뜨고 걸었다. 그리고 겨우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인 담배는 너무 맛이 없었고, 숨이 차서 반도 못피우고 버려버렸다. 담배도 맛없으니 살 맛도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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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Posted 2010. 12. 15. 15:27

드디어. 향수병(?)이 왔다.

이렇게 말하면 황당해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하지만 진심 지금껏 이정도로 심각했었던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좀 강하다. 단순하게 한국에 가고 싶다는 게 아니라 갈곳을 잃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술과 담배는 늘고, 더불어 코까지 골아대고, 잠을 얕게 자니 몸은 안좋아지고, 그러다보니 정신이 약해지는 것 같은데, 그래서 오늘 산 담배를 마지막으로 끊기로 결정했다. 얼마 피지도 않았으니 그다지 어렵지 않겠지. 원래는 예전 애인을 다 잊게 되면 끊으려고 했는데 그러다간 내가 먼저 골로 가겠다.

그냥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외로우니 사람에게 너무 휘둘리고 영어때문에 자신감은 위축되고 미래는 점점 불안해지고. 어제 본 영화에서 고현정이 그랬다. 아는만큼만 안다고 하라고. 그런데 나는 아는 건 커녕 그저 모른다고만 절레절레 하고 있으니 사람이 참 우습다. 아는 척 하는 사람보다 더 우습다.
내가 참 가볍고, 가벼워보이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치는게 보이니까 가엾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면 할수록 수렁이다. 젠장. 뭐 이딴 인간이 다 있나 싶다. 향수병 탓을 하며 시작했지만, 아니다. 애초에 틈만 나면 도지는 내 우울병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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