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보내 주세요.

Posted 2010. 6. 1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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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급 상승하고 있다. 미치겠다. 한국에서 돈을 끌어다 써야 하는데 내리겠지 내리겠지 하다가 보니 어느새 1200원 돌파. 진짜 돌겠다. 진작에 받아둘걸. 매일매일 환율이 오르는 걸 보며 두배로 좌절중.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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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나를 가장 짜증나게 하는 질문은 '왜 캐나다에 있느냐.'는 질문이다.
왜 짜증나냐면 나도 잘 모르기 때문.

2년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처음 1년은 재미있었지만 나머지 1년은 그 지겨운 루틴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느라고 바빴다. 몇개월을 걸쳐 여러가지 길을 탐색했고 그 중에서 최선의 계획이 '일단' 캐나다 워홀비자를 받아서 한국을 뜨는 것이었다. 나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여서 그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부모님의 반대와 안정된 생활에 점점 안주해가는 나 자신의 회의감과 돈 문제와 노후에 대한 걱정을 겨우 극복하고 실제로 인천공항에까지 다다르기까지는 나름대로의 고난이 있었다. 그러나 내겐 전환점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캐나다에 오는 것 말고 다른 길은 모두 꽉 막혀 있었다.

이곳 생활은 내가 딱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다.
그래서 내게 이곳에 왜 있느냐는 질문은 마치 '어때, 한국이 낫지?' 하며 비아냥 거린다거나 '거기서 왜 그러고 있어?' 라며 비난하는 것 처럼 들려서 -질문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기비하지점을 건드려선 오바해서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과도하게 설명하게 만들고 이것은 또다시 자기합리화지점을 건드려선 결국엔 날 좌절하게 만든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나는 예전 처럼 웃으면서 '커피 알바 하러' or '놀러' 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 젠장. 

특정한 답을 요구하는 'why'는 정말 싫다. 
물론

" 전 외국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싶어서 왔어요. 여행 말고 외국에서 생활. 그러니까 혼자 살아보는 것을 하고 싶어서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얻는 방법을 선택한거죠. 왜 외국이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삶?? 혹은 제 의지?? 뭔지 몰겠지만 뭔가가 저를 자꾸 한국 바깥으로 이끌더라고요. 그냥 한 과정인 것 같아요. 제 주종목을 찾는 과정요. 이 나이에 아직도 못찾았다니 좀 부끄럽긴 하지만 아무리 늦더라도 꼭 찾고 싶어요. 

전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걸까요. 아마 현재진행형인 이상 평생 모를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지나고 나면 아 그때 그래서 그랬나보다 하고 알면 다행일테고요."

라고 말 할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딴 대답을 왜 공들여서 해줘야 하는지, 비참해져만 간다.
내가 잘 살고 있다면 사람들은 내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테니까.

*
인터뷰 책을 둘러보러 도서관에 갔다가 결국은 달리의 도록을 빌려왔다. 달리 누구의 도록을 보겠는가! ㅋㅋ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들 중 하나. [Mae West]. 얼마 전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을 읽으며 내가 살바도르 달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는데 도록을 보며 새삼 감탄 중이다.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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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like Mondays

Posted 2010. 6. 8. 09:05


(오랜만에 하우스 보고싶다;)

일요일을 전에 없이 재미있게 보내고, 전에 없이 잠도 푹 자고 월요일을 맞았다. 편두통과 구린 날씨와 왕따인 학원수업이 월요일 아침에 버티고 있었다. 매듭을 풀어버리면 곧바로 바닥에 쫙 늘어붙을 것만 같은 몸을 겨우 곧추세우고 브런치를 먹고 집을 나섰다. 요즘 매일같이 머릿 속을 맴도는 인터뷰 예상 질문과 예상 답안을 털어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학원이 끝나면 레쥬메를 돌리러 다녀야 했기 때문.

기운 없이 수업을 듣다가 드디어 왕따생활 청산했다. 친구를 사귀고 조금 대화를 했기 때문! 대충 신상정보를 교환하고 바로 데이트 신청. 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진 않았다. 나 그렇게 궁하지 않아. 학원 사람들과 친근한 대화를 했는데도 기분이 업되기엔 오늘 날씨가 개 거지같다.

학원을 마치고 레쥬메를 돌렸다. 일단 지난주에 돌린 곳에 가서 레쥬메 낸거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고 다녔고, hiring 붙어있지 않은 곳에도 기꺼이 들어가서 hiring 하느냐고 물어봤다. 생각보다 부끄럽진 않더라. 그래, 나 엄청 궁해 지금. ㅠㅠ 사람들이 의외로 엄청나게 친절해서 실은 돌아다니며 조금 기운이 났다. 한 커피숍에서는 초절정 꽃미남 알바생이 내가 매니저랑 잠깐 얘기하는 동안 뒤로 지나가며 미친 꽃미소를 날려줘서 거의 기절할 뻔; 아놔 지금 쓰면서도 손이 막 떨린다.

아직은 일을 구할 수 있겠다는 기대나 확신보다는 '오늘 그래도 이 정도 했다.' 라는 만족감을 위해 레쥬메를 돌리고 있다. 이것은 기대치를 최소화하는 버릇에서 기인한 자기합리화 같다만; 속 편한 말과 생각만 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무척 초조하고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울해하는 것에 너무 적응을 해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우울한 내 자신을 인정하거나 감당하기가 버겁다.   

아직 5월 달력을 펼쳐두고 있어서 오늘이 10일인줄 알고 기겁했다. 사실은 7일. 3일 차인데도 안도감이 몰려온다. 이제 한달이다.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울하기 위하여 분발하자.

분석과 직관

Posted 2010. 6. 8. 08:23


난 분석력이 영 꽝이다. '분석'이라는 단어의 느낌도 싫다. 분식이라면 몰라도.

그런데 최근 놀랍게도 '제 분석 좀 그만 하세요.'란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 말을 들은 후에도 계속해서 분석하는 예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실로 묘한 일이었다. 사람을 분석하다니! 내가! 사실은 말이 분석이지, 아마 직관이었을 것이다. 나는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는 사람의 정 반대 지점에 있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걸 그냥 말로 뱉어버리는 직관하는 타입에 가깝다.

따라서 내가 그에게서 발견한 날카로움, 연약함, 꼬리를 반짝 세운 고양이에게서 내뿜어지는 것만 같은 위협, 그러나 사실은 공포,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etc. 이런 것들은 그의 태도나 언행을 내가 기억하고 데이터로 저장해두었다가 분석한 것이 아니라 내 촉각이 그것을 감지한 것일 뿐일테다.

나는 보통 내가 상대방에게 느낀 것을 곧바로 말해버리고 마는데 이것은 고쳐야만 하지만 잘 안되는 중증이다. 지인은 내게 '니가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를 생각하라.'고 조언해주었지만 이 조언은 언제나 일이 모두 끝난 후에야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번에도 역시 헤어져 집에 온 후에야 사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나를 특별히 여기고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워낙에 '좋아하는 캐릭터' 찾아내기를 즐겨하기에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주위에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게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할 여건이 되지도 않았던건지 최근에서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고 더 최근에는 그런 사람이 꽤나 많았다는 걸 알아버렸다. 바로 윗 문단에서 조언을 해준 지인은 다시 '니가 어떤 사람이든간에 관계없이 너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만나도 충분하다.'고 다시 조언해주었다. 그러나 이 조언 역시 새로운 관계를 만들 때 전에 없이 소심해져버리는 나를 북돋아주지는 않는다.

분석은 괜찮지만 직관은 위험하다. 덜 다듬어져있어서 거칠고, 그래서 상처주기도 쉽다. 때론 나의 직관이 절묘해서 상대방을 구원해줄 때도 있지만 때론 아픈 곳을 곧바로 찔러서 절망케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더냐. 아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연약하더라. 니 좋아하는 친구를 많이 곁에 두려면 본능에 충실한게 옳다고 여기지 말고 조금 더 이성적인 인간에 근접해 보려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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