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두개를 운영하다 보니 오늘처럼 두 곳 모두 글쓰기 창을 띄워놓고 어디에다가 쓸까 고민을 하는 날도 온다. 이곳엔 주로 어둡고 잡스러운 배설용 일기나 여행 정보(정보라고 하는 범위를 넓게 보자면;)따위를 올리고, 다른 곳엔 책 이야기, 밝고 친밀감 유도 및 유지용 잡담을 올리는 편이다. 요즘처럼 미쇼노양과 푸아레씨를 애용하는 건 아주 암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같은 날은 뭐랄까 오랜만에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고, 약간은 외로워서 소통이 필요하긴 한데.
그렇다고 글 한 번 올리면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와 같은 뭐라고 답할 길 없고 별로 답하고 싶지도 않은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게 부담스럽기도 해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이곳을 선택했다. 여긴 한심할 정도로 황량하지만 적어도 무척 답하고 싶은 댓글만 달리는 편이니까.
이곳에 와서 단 한명 사귄 친구가 일을 구했다고 한다. 같이 일을 구할 때는 저 친구가 먼저 일을 구하면 좀 질투나겠다, 싶었는데 이게 의외로 그렇지가 않다.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달까. 정작 나는 이력서만 수십장 돌려도 인터뷰 연락 한 번 안오는 상태인데도 기분이 괜히 좋다. 나도 언젠가는(hopefully soon) 구할 수 있겠지 싶기도 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힘내서 열심히 돌아다녀야지.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별다른 일도 없이 연락이 왔다. 쓸쓸해하는 독거처녀의 말벗이 되어주겠다며 바쁜 와중에 내 생각을 해주는게 참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요즘 자꾸 의기소침해지고 좌절하기만 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자꾸 안좋은 얘기만 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 내 모습이 싫어서 가식적으로 즐거운 척 하고 그러는게 짜증나고, 그래서 사람들 연락 피하게 되고, 이게 점점 악순환인데, 그냥 별 말 없이, 별 질문도 없이, 그냥 보낸 문자 몇개가 위안이 많이 된다.
7월 중순까지 일을 구해보고 구하지 못한다면 농장에 가서 체리를 따볼 예정이다. 몇 주 전부터 농장 타령을 하긴 했는데 확실히 아무것도 안될 때를 대비해서 보험(?)을 마련해두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일을 구하고 싶은 마음 50, 농장에 가고 싶은 마음 50이다.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니 계획을 해야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살면서 목적 없이는 되도, 보험 없이는 못해먹겠다.
오늘 잠시 외출했다가 아주 다정해보이는 커플을 봤다. 동양인 커플이었는데, 여자가 남자에게 어깨동무를 두르고 있었다. 내가 어깨동무를 두르고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그리워져서 울컥하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워졌다. 난 혼자야.. 흐 결혼은 못해도 연애는 하며 살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