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Posted 2009. 12. 11. 14:36


사진을 찍어달라고 막무가내로 들이대며 이렇게 예쁘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사진을 찍은 댓가를 요구했다. -_-
난 과자를 엄청 많이 줬으므로, 이 친구 얼굴을 올려도 되겠지. 어쨌든 난 산거잖아;;
 
지금으로부터 거의 2년 전 쯤이네. 삶에 낙이 없다고 징징대니 친구가 다시 여행하고 싶어서가 아니냐고 물었다. 
항상 여행에 목말라있었기에, 그런가 싶었는데 왠일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정처없는 여행길에 서고 싶지는 않다. 왠지 두렵고 막연한 불안감이 몰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예전 사진을 들썩이고 있는 건 다시 나가고 싶어서일까; 
알수없뜸. 나자신도 모르는데 뭐를 알겠냐.

죽어도 오지 않을 것만 같던 12월 22일이 다가오고 있다. 두둥.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워홀 발표날이다.
이 날이 와야(전년도를 봤을 때 또 미뤄질 것 같지만? ㅠㅠ)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슨놈의 비자 심사가 이렇게 까탈스러워갖고는 사람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지-_- 대안으로는 뉴질랜드를 생각해보긴 했는데, 요즘 일자리 없어서 호주로 다 간단다. 그렇다고 호주를 또 가고싶진 않다. '다윈'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초매력적인 도시가 있긴 하지만 더운 나라에서 생활은 정말 별로.. 여행은 언젠가는 가겠지만- 
서류 준비 열심히 해서 내긴 했는데, 정말정말정말정말정말.. 붙었으면 좋겠다.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일은 쌓여있고, 정신은 나가있고;; 스트레스만 쌓여서 위염재발!! 게다가 왠일인지 이번엔 장염까지 같이 왔다. 젠장. 그래도 술은 마신다;;;; 아, 술이라도 없으면 정신빠진 12월을 어떻게 견딜지. ㅠ_ㅠ 아침점심을 다 못먹으면서도내일은 괜찮겠지 하며 저녁에 술한잔을 마셔야 하는 이 알콜릭을 어찌하리.

위에 사진 찍을 때 함께였던 친구가 그제 귀국했다. 내가 왠 비스킷 하며 벙찐 표정을 짓자, 원래 이 나라 거지아이들은 그런다며 담담하게 내 가방 속의 과자를 꺼내주던 친구-_- 막내작가일에 적응하던 것 같더니 못살겠다며 6월에 훌쩍 떠나버렸으니.. 벌써 반년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만나서 술백잔 하기로 했다. 신나지만, 몸이 따라줄지 걱정이다. 오늘은 자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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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

Posted 2009. 12. 10. 13:07




읽은 책을 다시 한 번 읽지 않는 것처럼(예외도 있긴 하지만) 한 번 가본 곳도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 여수의 향일암도 마찬가지로, 눈의 호강을 사진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해봐도 다시는 안갈 것이라는 데는 변함없다. 정말 힘들다. 향일'암'이라는 이름에서 왜 난 평화로운 절만 떠올렸을까, 새벽 4시에 룰루랄라 버스를 타고 향일암 앞에 내려서 언제 오르막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태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정말 치악산 등정에 못지 않은 체력소진을 한 것만 같은 기억이다. 사전 정보가 중요하다능 '-'

그래도 누군가 전라도의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난 서슴없이 여수라고 말한다. 절벽 꼭대기에서 바다 저 너머로 스물스물 해가 기어나오는 해덩어리를 바라보는 감격은 뭐, 나누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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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해_ 숏버스

Posted 2009. 12. 10. 13:07
숏버스
감독 존 카메론 미첼 (2006 / 미국)
출연 숙인 리, 폴 도슨, 린지 비미시, PJ 드보이
상세보기

콘서트장에 가면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나의 스타에게 나는 그저 소리지르는 군중의 한명이 되는 기분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대 위의 배우나 가수의 인생에 비해 내가 너무 보잘것 없어 보여서 요즘은 연극도 잘 안보게 된다. 그래도 주저하지 않고 스탠딩콘서트 예약을 하곤 혼자(!) 가서 봤던 콘서트가 존 카메론 미첼이 한국에 왔을 때였다. 난 그만큼 그의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사랑한다. 그날도 굉장히 슬퍼져서 집에 오긴 했다.

호주에 있을 때 숏버스 개봉소식을 듣고 마침, 근처의 작은 영화관에서 상영한다고 해서 거의 달려가다시피해서 영화를 봤다. 그 때 같이 봤던 애인은 게이혐오자였는데 영화가 끝난 후 나와 약간의 말다툼을 했다. 그는 내게 제임스가 아름다워보인다며 내가 이상해진걸까.. 라며 평소에 비해 엄청나게 양보를 한 편이었는데, 난 약간 비아냥거렸던 것 같다. 이런 영화를 보고 감동받지 않는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싫어하는 걸 나때문에 본 것이었는데 좀 잘해줄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 

어젠 토요일 밤이었는데 늦잠을 자도 된다는 생각에 들떠서 안자고 뒹굴거리다가 아이팟에 들어있던 [숏버스]를 발견하곤 보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보고 안들리는 부분이 있어서(많았나?) 자막을 보며 다시 한 번 보고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ㅅ오빠가 전해줘서(고마워요- ) 갖고 있던 것을 이제야 본 것이다. 

내가 그 때 생각보다 많이 이해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영어 잘했었나요.... ㅋㅋ 아무래도 영화가 대사로 전달하는 종류가 아니어서였던 것 같다. 음악은 가슴떨리고,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어쨌든 영화는 해피엔딩이고, 사람들은 웃으며 노래하며 영화를 맺는다. 나도 씩 웃으며 잠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날 땐 뭐가 그리 슬펐을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난 일종의 공황상태였다. 슬프고 아프고 답답한 익숙한 기분.  왠지 이별했던 다음날의 기분이랄까.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아래는 2006년 11월,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적어두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얽매이는 것, 아니면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나보다. 그리고 꿈꾸며 술마시던 국문과 인맥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삶을 준비하는 보통 사람들을 만나서 문화적 충격에 휩싸여 토익공부를 시작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우리는 사실 얽히고 섞여 있어서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란다. 멀리서 보면 하나지만 사실은 다 이리저리 갈려 있어서 따로 놀고 있대. 셋도 아니고 넷도 아니고, 애인이라 규정되는 사람은 꼭 남자, 여자, 내 또래 가 아니어도 되고 남녀노소 누구와도 다 사랑할 수 있대. 
 육체적인 사랑도 마찬가지. 어떻게 다른 여자랑 잘 수가 있어? 라고 말 할 필요가 없는 거지. 어떻게 다른 남자랑 잘 수가 있어? 마찬가지. 너도 걔랑 자도 되고 나도 걔랑 자도 되고. 셋이 자도 되고. 다섯이 자도 되고. 다 같이 사랑하면 되는거고.
  버스에 잠깐 올랐다가 내리듯 그렇게 인연은 지나가고 만나고 그러는거야. 진정한 사랑을 못찾아도 그만, 그냥 스쳐가는 여러 사람들 만나면서 외로움 달래고. 영원한 사랑을 찾아도 그만, 한 사람과 평생 친구인듯 가족인듯 서로 외로움 달래고. 굳이 얽매이지 말자. 풀어질 인연은 풀어져 서로 따른 인연과 얽히고, 엮일 인연은 어떻게 해서도 묶이게 마련. 
그렇게 넋 놓고 살다가 난 뭐 먹고 살아? 
물어보기도 전에 영화는 끝났다.
SHORTBUS는 떠났다.

 
   

 PS/ 정식으로 우리나라에서 개봉한단다.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좋은 건 나만 소중해하고 싶은 습성이라 ㅎㅎ

2009.02.22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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