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주제에 대박.

Posted 2010. 11. 18. 13:42
드래곤 길들이기
감독 딘 드블로와,크리스 샌더스 (2010 / 미국)
출연 제이 바루첼,제라드 버틀러,아메리카 페레라,크레이그 퍼거슨
상세보기


예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3D로 보러 갔다가 예고편으로 이 영화를 봤는데 재밌겠다! 보자!보자! 하곤 그만 잊어버렸었는데, 며칠 전 친구가 나보고 [드래곤 길들이기]에 나온 주인공 공룡과 닮았다는........ 망언을 하며 영화 재밌다고 극찬을 하며 추천을 해주었다.

재밌겠다, 하면서 보기로 한 영화는 금방 까먹으면서 누군가가 추천을 해주는 영화는 보고야 마는 습성은 나보다 남을 더 믿는 데서 기인한 것일까? 그저 그런 영화도 누군가의 평가를 거치면 영화 자체로 보기 보다는 한 단계 옷이 입혀지는데 그게 영화 선정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보통은 방해가 되기 마련이어서 스포는 극도로 자제한다. 하지만 좋다는 영화는 왠만해서는 보고, 싫다는 영화는 왠만해서는 안본다. 반대로 인기가 많아져버린 영화는 또 보지 않는다. 미묘하면서도 까다로운 기준.


어쨌든 주인공 공룡인 투쓰리스는 전혀 나와 닮지 않았는데, 귀엽고 행동이 고양이랑 비슷해서 우리 나옹이생각이 많이 났다. 3년이나 키웠는데, 아빠가 털때문에 못견뎌하시다가 결국은 아는 집으로 보냈는데, 그 이후로는 소식도 모른다. 아마 죽었겠지. 라고 생각하는게 마음이 더 편한게.. 애가 너무 예민해서 다른 동물들이랑도 어울리지 못하고 낯선 사람은 당연히 못견뎌하고 음식도 많이 가렸어서. 여튼 그로부터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이 뚝뚝 난다. 그 때 고양이 보내고 한달동안 부모님이랑 말도 안하고 애인이 나 맨날 우는거 달래준다고 고생이 많았었는데. 아직도 못벗어난 걸 보면 전애인이랑 추억은 앞으로 어떻게 극복하나 싶다.


투쓰리스와 히컵의 관계. 말도 안통하면서 서로 목숨걸고 지켜주려고 하는 거 보면서 눈물이 또 뚝뚝 나는 걸 보면 참 중요한게 언어나 계산같은게 아닌 것 같다. 사람들도 다 그걸 아니까 이런 줄거리에 열광하겠지. 말 없이도 통하는거. 그런게 진짜 아닌가. 진짜 속마음이 뭐든간에 그냥 통한다고 느끼는거. 나옹이가 나 별로 안좋아해서 내가 만지기만 해도 도망가곤 했는데, 혼자 울고있거나 그러면 항상 옆에 와서 가만히 앉아 있곤 했었다. 매번. 마치 안다는 듯이.



히컵과 아빠의 관계. 이 둘은 말 때문에 부딪친다. 서로 말을 하는데 그게 자꾸 튕겨져 나오니까 애정이 비틀린다. 투쓰리스와 히컵의 관계와 대조적이어서 더 안타깝고, 반대로 이들의 우정은 더 빛난다.  나와 아빠의 관계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나와 같지 않다면 인정해줄 수 없다는 아빠의 마음, 그럼에도 어떻게든 내 방식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 결국은 '니가 자랑스럽다.'란 말로 둘의 관계는 회복되는 듯 보이지만 진짜 회복은 그 말을 넘어선 진정에 있었다. 무뚝뚝한 아빠의 미안하단 말보다, 평생을 믿고 살아온 것을 포기하는 건 더욱 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던게, 해피엔딩같으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는 거다. 히컵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드래곤들에게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한 나머지 간과할뻔 했는데 모험은 끝나고 구속만이 남았다. 히컵에게든, 드래곤에게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공동으로 무찔러야 할 적,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제한사항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언젠가는'이란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으니까.

템페스트 中

Posted 2010. 11. 17. 18:15
이 친구를 보니 위안이 되는군. 이자는 물에 빠져 죽을 신수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관상은 완전히 교수형감이거든. 운명의 여신이여. 이자를 교수대에 보내는 것을 고수하라. 그의 운명의 밧줄이 우리의 닻줄이 되도록 하여라. 우리 자신의 밧줄은 별 도움이 안되므로. 만약 그가 교수형을 당할 팔자가 아니라면 우리의 처지는 비참해지느니라. – 11쪽  
저자는 절대로 익사하지 않소. 비록 이 배는 호두 껍데기보다도 튼튼하지 못하고, 단단치 못한 처녀처럼 물이 새긴 해도. – 12쪽 
그 자는 역시 교살당할 운명이오. 바다 전체가 그렇지 않다며 아가리를 벌려 그 놈을 삼키려고 덤벼도 말이오. – 12쪽  
수만 길의 바다보다는 차라리 한 에이커의 메마른 땅이 더 좋겠다. 히스나 갈색 가시금작화가 자라는 불모지라도 좋다. 하늘에 계시는 신의 뜻대로 되어지이다! 하지만 난 육지에서 죽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13쪽

템페스트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문학선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 (문학동네, 2009년)
상세보기


단지 3페이지에 이르는 1막 1장을 읽었을 뿐인데 남겨두고 싶은 대사가 많다. 위에 인용해 둔 부분은 모두 곤잘로(정직한 노대신)의 대사. 폭풍때문에 배가 침몰할 상황에서 관상이 교수형 당할 상이라 안심이 된다니 재미있기도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건 재미를 넘어서서 인물에 대한 신뢰감을 자아낸다. 이 사람의 신념이 보통 신념의 단어에 따라오는 이성이 아니라 '운명'일지라 해도 말이다. 

이 사람이 그렇게 믿는다면 나도 함께 믿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지금의 내가 폭풍에 휘말린 부서진 배 같은 상황이라도 운명의 여신이 그렇게 정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침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운명에 대한 믿음. 곤잘로가 믿는다면 나 역시도 믿는다. 운명이 날 이대로 침몰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란 것을.

이자의 대사가 내 눈에 섬광처럼 콕콕 처박힌 이유는 내게 가장 필요한 말이었기 때문인지도. 어쩌면 내 식대로 해석했거나.

11.16.

Posted 2010. 11. 17. 16:21

오늘은 추워서 담배 하나도 안피우고 쏠랑 집으로 들어왔는데, 자기 전에 그래도 하나 피우자 해서 완전 무장하고 내려갔다. 추운 데서 세린져님의 댓글을 생각하면서 뭐야, 나 그렇게 우울한 앤가, 싶었는데 진짜 여기 글 보면 좀 우울한 애인 것 같긴 하다. 그래도 평소엔 멀쩡하게 잘 웃고 다니고, 실은 너무 많이 웃어서 문제기도 한데 어쩌면 여기다가 배설용으로 우울한 감정은 다 쏟아내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하루에 0~5명 오시는 분들께 죄송할 뿐. 주차장에서 너무 차만 바라보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 하면서 나무를 보러 다섯발자국을 내딛었는데 가로등 밑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두워서 눈발이 아예 보이지 않는 속에서 가로등 불빛이 있는 곳에서만 옅은 눈발이 흩날리는게 너무 예쁘다 생각하고 있는데 정신 차려보니 또 실실거리고 있는거. 정신병있는거 맞는 거.



요새 노래 소스가 너무 없어서 아이튠즈에 있는 라디오 듣는데 쓸만한 노래가 꽤 많다. 이 노래도 득템. 난 허스키한 여자 목소리 좋아하는 듯. 뮤직비디오가 뭐 거의 노래만큼 좋다. 보컬 드레스도 좋고, 검은 기타와 탬버린의 등장도 좋고, 보컬이 노래하면서 드레스 움켜쥐는 것도 왕 섹시하다.

오늘 영하 10도까지 내려갔는데, 주말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데로 놀러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제인가 그제인가 엄마랑 통화하고 나서 급 엄마가 해주는 밥이 먹고싶어져서 향수병 걸렸다. 6개월만에. 드디어 집에 가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나아지려나. 흥.

한국시간으로 내일 수능이란다. 막내동생도 수능. 아. 짜식 벌써 커서 수능이라니. 눈물이 앞을 가림. ㅠㅠㅠㅠㅠㅠ 초딩때 중학교 가서 담배피면 키 안큰다고, 내 친구들 키 작은 애 다 어렸을때부터 담배 핀 애들이라고 설득을 하던 날이 어제같은데. 나도 그렇게 늙었나 싶기도 하고. 동생 번호도 몰라서 둘째한테 번호 물어서 문자 보냈더니 '감사합니다' 이딴식으로 답문 온다. 서로 형식적인 문자 작렬이라고 장난쳤더니 아 큰누나임? ㅇㅈㄹ 무뚝뚝한 동생이 보고싶다고 얼른 한국 오라니까 덥썩 손 잡으며 응응 지금 당장 갈게! 이러고 싶어졌다;

'Pa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24.  (0) 2010.11.24
11.23  (4) 2010.11.23
He blinded me with IT  (0) 2010.11.16
Long weekend  (4) 2010.11.15
NFP  (2) 2010.11.10
« PREV : 1 : ··· : 4 : 5 : 6 : 7 : 8 : 9 : 10 : ··· : 33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