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할 일.

Posted 2010. 6. 24. 13:20
1. 9시 기상.
2. 친구와 잠시 스카이프.
3. 10시 빨래
4. 빨래 널기.
5. 10시 반 도서관에서 레쥬메 출력
6. 11시 이탈리안레스토랑 방문
7. 로얄 알버타 뮤지엄 방문


9시 기상이 관건.

번개가 번쩍인다.

담백한 사람이 좋다. 싸가지 없어도 된다. 담백한 것이 낫다.
수박을 싫어한다. 손에 수박물이 묻는게 싫고, 씨를 빼는 것도 번거롭다.
정이 수박물처럼 질질 새는 마당에 씨까지 골라내야 하는 수박같은 사람. 달고 시원해도 가까이 하고싶지 않다는게 결론이다.

여기에 나와보니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건지, 나쁜 점만 보게 되는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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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땐 거울을 보렴.

Posted 2010. 6. 14. 15:47



블로그 두개를 운영하다 보니 오늘처럼 두 곳 모두 글쓰기 창을 띄워놓고 어디에다가 쓸까 고민을 하는 날도 온다. 이곳엔 주로 어둡고 잡스러운 배설용 일기나 여행 정보(정보라고 하는 범위를 넓게 보자면;)따위를 올리고, 다른 곳엔 책 이야기, 밝고 친밀감 유도 및 유지용 잡담을 올리는 편이다. 요즘처럼 미쇼노양과 푸아레씨를 애용하는 건 아주 암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같은 날은 뭐랄까 오랜만에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고, 약간은 외로워서 소통이 필요하긴 한데.
그렇다고 글 한 번 올리면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와 같은 뭐라고 답할 길 없고 별로 답하고 싶지도 않은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게 부담스럽기도 해서 어쩔까 고민하다가 이곳을 선택했다. 여긴 한심할 정도로 황량하지만 적어도 무척 답하고 싶은 댓글만 달리는 편이니까.


이곳에 와서 단 한명 사귄 친구가 일을 구했다고 한다. 같이 일을 구할 때는 저 친구가 먼저 일을 구하면 좀 질투나겠다, 싶었는데 이게 의외로 그렇지가 않다. 괜히 내가 다 뿌듯하달까. 정작 나는 이력서만 수십장 돌려도 인터뷰 연락 한 번 안오는 상태인데도 기분이 괜히 좋다. 나도 언젠가는(hopefully soon) 구할 수 있겠지 싶기도 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힘내서 열심히 돌아다녀야지.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별다른 일도 없이 연락이 왔다. 쓸쓸해하는 독거처녀의 말벗이 되어주겠다며 바쁜 와중에 내 생각을 해주는게 참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요즘 자꾸 의기소침해지고 좌절하기만 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자꾸 안좋은 얘기만 하게 되기도 하고, 그런 내 모습이 싫어서 가식적으로 즐거운 척 하고 그러는게 짜증나고, 그래서 사람들 연락 피하게 되고, 이게 점점 악순환인데, 그냥 별 말 없이, 별 질문도 없이, 그냥 보낸 문자 몇개가 위안이 많이 된다.

7월 중순까지 일을 구해보고 구하지 못한다면 농장에 가서 체리를 따볼 예정이다. 몇 주 전부터 농장 타령을 하긴 했는데 확실히 아무것도 안될 때를 대비해서 보험(?)을 마련해두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일을 구하고 싶은 마음 50, 농장에 가고 싶은 마음 50이다.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니 계획을 해야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살면서 목적 없이는 되도, 보험 없이는 못해먹겠다.

오늘 잠시 외출했다가 아주 다정해보이는 커플을 봤다. 동양인 커플이었는데, 여자가 남자에게 어깨동무를 두르고 있었다. 내가 어깨동무를 두르고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그리워져서 울컥하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워졌다. 난 혼자야.. 흐 결혼은 못해도 연애는 하며 살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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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트위터를 한다면

Posted 2010. 6. 11. 16:50
* 맥주마시면서 빅뱅이론 보니까, 이제 조금 신난다. 막걸리가 그립다.

* 타블로 사건 때문에 시끄럽다. 갑자기 왜?

* 무한님 블로그를 보며 빵빵 터졌다. 즤랄꾸러기. ㅋㅋㅋ

* 빅뱅이론 시즌 3 에피 15에서는 발렌타인데이 계획과 실상이 나온다. 아, 나도 애인이랑 발렌타인데이..... 에 스위스....

*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친구가 생겼다. 죽으란 법은 없는 법.

* 월드컵 어디서 보지?

* 아끼는 USB를 일주일에 세번 이상은 잃어버린다. 웃긴건 잃어버릴 때마다 찾는다는 것. 얘랑 숨바꼭질 하는 기분이다.

* 영어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경력도 있는데? fuck that.

* 서울막걸리, 김치부침개, 식은밥 조금, 김 생각을 하니 눈물이 다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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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보내 주세요.

Posted 2010. 6. 10. 13:12


*
환율이..... 급 상승하고 있다. 미치겠다. 한국에서 돈을 끌어다 써야 하는데 내리겠지 내리겠지 하다가 보니 어느새 1200원 돌파. 진짜 돌겠다. 진작에 받아둘걸. 매일매일 환율이 오르는 걸 보며 두배로 좌절중. ㅋㅋㅋ

*
요즘 들어 나를 가장 짜증나게 하는 질문은 '왜 캐나다에 있느냐.'는 질문이다.
왜 짜증나냐면 나도 잘 모르기 때문.

2년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처음 1년은 재미있었지만 나머지 1년은 그 지겨운 루틴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느라고 바빴다. 몇개월을 걸쳐 여러가지 길을 탐색했고 그 중에서 최선의 계획이 '일단' 캐나다 워홀비자를 받아서 한국을 뜨는 것이었다. 나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여서 그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부모님의 반대와 안정된 생활에 점점 안주해가는 나 자신의 회의감과 돈 문제와 노후에 대한 걱정을 겨우 극복하고 실제로 인천공항에까지 다다르기까지는 나름대로의 고난이 있었다. 그러나 내겐 전환점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캐나다에 오는 것 말고 다른 길은 모두 꽉 막혀 있었다.

이곳 생활은 내가 딱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다.
그래서 내게 이곳에 왜 있느냐는 질문은 마치 '어때, 한국이 낫지?' 하며 비아냥 거린다거나 '거기서 왜 그러고 있어?' 라며 비난하는 것 처럼 들려서 -질문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기비하지점을 건드려선 오바해서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과도하게 설명하게 만들고 이것은 또다시 자기합리화지점을 건드려선 결국엔 날 좌절하게 만든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나는 예전 처럼 웃으면서 '커피 알바 하러' or '놀러' 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있다. 젠장. 

특정한 답을 요구하는 'why'는 정말 싫다. 
물론

" 전 외국에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여행도 하고 싶어서 왔어요. 여행 말고 외국에서 생활. 그러니까 혼자 살아보는 것을 하고 싶어서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얻는 방법을 선택한거죠. 왜 외국이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삶?? 혹은 제 의지?? 뭔지 몰겠지만 뭔가가 저를 자꾸 한국 바깥으로 이끌더라고요. 그냥 한 과정인 것 같아요. 제 주종목을 찾는 과정요. 이 나이에 아직도 못찾았다니 좀 부끄럽긴 하지만 아무리 늦더라도 꼭 찾고 싶어요. 

전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걸까요. 아마 현재진행형인 이상 평생 모를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지나고 나면 아 그때 그래서 그랬나보다 하고 알면 다행일테고요."

라고 말 할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딴 대답을 왜 공들여서 해줘야 하는지, 비참해져만 간다.
내가 잘 살고 있다면 사람들은 내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테니까.

*
인터뷰 책을 둘러보러 도서관에 갔다가 결국은 달리의 도록을 빌려왔다. 달리 누구의 도록을 보겠는가! ㅋㅋ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들 중 하나. [Mae West]. 얼마 전 살바도르 달리의 자서전을 읽으며 내가 살바도르 달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는데 도록을 보며 새삼 감탄 중이다.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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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직관

Posted 2010. 6. 8. 08:23


난 분석력이 영 꽝이다. '분석'이라는 단어의 느낌도 싫다. 분식이라면 몰라도.

그런데 최근 놀랍게도 '제 분석 좀 그만 하세요.'란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 말을 들은 후에도 계속해서 분석하는 예의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실로 묘한 일이었다. 사람을 분석하다니! 내가! 사실은 말이 분석이지, 아마 직관이었을 것이다. 나는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는 사람의 정 반대 지점에 있는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걸 그냥 말로 뱉어버리는 직관하는 타입에 가깝다.

따라서 내가 그에게서 발견한 날카로움, 연약함, 꼬리를 반짝 세운 고양이에게서 내뿜어지는 것만 같은 위협, 그러나 사실은 공포,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순.etc. 이런 것들은 그의 태도나 언행을 내가 기억하고 데이터로 저장해두었다가 분석한 것이 아니라 내 촉각이 그것을 감지한 것일 뿐일테다.

나는 보통 내가 상대방에게 느낀 것을 곧바로 말해버리고 마는데 이것은 고쳐야만 하지만 잘 안되는 중증이다. 지인은 내게 '니가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를 생각하라.'고 조언해주었지만 이 조언은 언제나 일이 모두 끝난 후에야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번에도 역시 헤어져 집에 온 후에야 사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나를 특별히 여기고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워낙에 '좋아하는 캐릭터' 찾아내기를 즐겨하기에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주위에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게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할 여건이 되지도 않았던건지 최근에서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고 더 최근에는 그런 사람이 꽤나 많았다는 걸 알아버렸다. 바로 윗 문단에서 조언을 해준 지인은 다시 '니가 어떤 사람이든간에 관계없이 너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만나도 충분하다.'고 다시 조언해주었다. 그러나 이 조언 역시 새로운 관계를 만들 때 전에 없이 소심해져버리는 나를 북돋아주지는 않는다.

분석은 괜찮지만 직관은 위험하다. 덜 다듬어져있어서 거칠고, 그래서 상처주기도 쉽다. 때론 나의 직관이 절묘해서 상대방을 구원해줄 때도 있지만 때론 아픈 곳을 곧바로 찔러서 절망케하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더냐. 아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연약하더라. 니 좋아하는 친구를 많이 곁에 두려면 본능에 충실한게 옳다고 여기지 말고 조금 더 이성적인 인간에 근접해 보려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고통과 환희

Posted 2010. 5. 31. 13:09

볶음밥을 해먹었다.
감자와 양파와 빨간색 파프리카와 햄을 조각조각내어 버터에 살살 볶은 후 식은밥과 간장 조금, 깨 조금, 참기름 조금을 넣어서 빠른 시간 내에 섞은 후 불을 끄고 접시에 담아 고추장을 약간 곁들여 김치와 함께 먹었다.

혼자 밥을 먹으며 문득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 생각은 마치 눈물이 터져나오는 것 처럼 참을 수 없이 터져나왔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떠나서 단지 그 출산의 순간에 대한 상상.  

난 아이를 낳고 싶다거나 결혼을 하고 싶다고 강렬히 원한 적이 없다.
행복해보이는 가족을 보면 '저 상태가 나의 미래가 될 리 없다.'고 여겨서 비롯하는 질투심이 생겨날 망정 부럽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 생각은 최근 만삭을 한 여인과의 대화, 로스트에서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출산장면, 생전 처음 겪어보는 정도의 극심한 생리통이 모두 한 곳에 모여 결국에는 의식에로까지 흐르게 된 것일테다.

대단하다는 출산의 고통이 물론 아직도 두렵긴 하지만 그 아연한 고통의 잔해에서 채 헤어나오기도 전에 미소를 짓게하는 그 관계의 힘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어떻게 키울지 막연한, 차라리 암담하다고 해도 좋았을 상태에서도 쏟아져나오는 기쁨의 눈물. 그렇게 이어진 엄마와 아이의 관계. 그 환희의 순간을 느껴보고 싶다고 변덕을 부려봤지만,

역시나 내 미래는 나조차도 아직 종잡을 수 없다.

다만 하지 않겠다고 닫아두었던 문을 열어두는데 만족하도록 해야지.


아침에 일찍 나가려고 준비를 다 해놓고는 어쩐지 기운이 쫙 빠져버려서 나가기를 포기하고는 옷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서 다시 잠을 자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학교에 다니는 꿈을 꿨다. 사람들은 모두 내게 친절했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교실 곳곳에서 발견하며 흥분했다. 짝꿍은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짝사랑 했던 친구였고 여전히 유머러스하고 잘생겼었다. 이 모든 종류의 설레임에는 꿈 속에서는 아직 알지조차 못하는, 내가 미래에 좋아하게 될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행복감도 은연중에 섞여 있었다. 이것은 무척 행복한 일인데, 요즘처럼 앞으로 만날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 때에는 더욱 그렇게 생각되었다. 학창시절 이후로 만난 또다른 좋은 사람들이 '존재함'을 무의식의 나는 잘 알고 있으니 꿈 속에서 느낀 행복감은 거의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맨 뒤에 앉아 있던 내가 좋아하는 친구 중의 하나는 자기 소개 시간에 신데렐라 언니의 ost 중 한 곡을 불렀다. '불러본다.' 였던가. 꿈에서 깨서는 이 노래를 찾아서 들었다. 문근영의 눈물에, 그리고 아름다운 음색에, 애틋한 [신데렐라 언니]의 감정선에 나도 덩달아 눈물짓고 말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내가 보던 단 하나의 드라마가 [신데렐라 언니]였다. 이 드라마가 내 마음을 왜그렇게 건드렸던지. 걷잡을 수 없이 드라마에 중독되어가는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언제나 그랬듯이 왜 좋은지에 대해 분석을 시도 했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좋아하며 봤던 드라마로는 하지원이 나온 [황진이]가 있다. 황진이도 참 괴로워하고 아파하며 봤었는데 은조와 황진이에는 공통점이 있더라. 둘다 자기 마음을 드러낼 수 없을만큼 연약해서 언제나 매서운 눈초리와 독설을 자기방어 기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의 여리고 상처받은 모습이 무척 안타까워서 나도 모르게 그녀들의 삶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그녀들의 독한 모습은 성격에서뿐만이 아니라 일을 하는 태도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은조가 주조를 일으키려 하는 모습, 황진이의 춤과 음악에 대해 완벽해지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 이것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천하태평의 성격을 가진 내게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그 주변부에 가깝다. 어리광부리고 틈만 나면 엉엉 울고 좋아하는 남자에게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할 줄아는게 발레밖에 없으면서도 그마저도 제대로 못해서 맨날 넘어지기만 하는 서우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동족혐오의 기질 덕에 서우의 캐릭터에는 전혀 몰입할 수 없고 내가 다다를 수 없는 캐릭터를 가진 은조와 황진이에게 거대한 연민과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나도 내 마음을 좀 숨기고 싶다.
아프더라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숨기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숨기고 싶다.
열정적으로 일 하고 싶다.

친구는 내가 '이 음식이 맛 없을 줄 알았는데 맛있네' 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꿰뚫는다. 이것은 그 친구의 통찰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내 표정이 그만큼 모든걸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는 내가 조금이라도 은조처럼 고통을 온전히 내것으로 삭힐 수 있길 바란다. 팍 하고 울음을 터뜨려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내게 고통은.

지금 이곳은 온도가 영하에 가깝고 계속해서 흐리고 비가 온다.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잘 풀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고 나는 점점 무기력해져서 죽은듯이 잠만 자고 게임하고 밥을 축낸다.

왜 동경하는 대상의 발끝에나마 미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지. 왜 평소의 소망대로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주변부가 되려고도 하지 않는지. 나의 의지라는 건 왜이리도 빈약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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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짬이 나서 음악어쩌고 하는 방송을 보고 있다.
똑같아 보인다.

그 와중에 꼭 멋진 애들이 있다. 비스트의 세호는..(세호는 지붕킥의 세호겠지) 진짜 멋있네. 우와, 우와...
요즘 자꾸 연예인이 멋있어서 왜이렇게 요샌 멋있는 애들이 많은거야! 라고 했더니 동생이 늙었단다.. 그런가.


이런 저런 이별을 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친구라기엔 각별하고 연인이라기엔 너무 먼 사람과 마지막 데이트를 했다.

그는 유행하는 신발을 신고 유행하는 옷을 입고 왔다. 하지만 세월과 밥벌이의 표독스러움이 그를 비껴가지 못한듯 하여 안쓰러웠다.

인사동 어느 갤러리 5층의 발코니의 바람은 시원했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과 이곳에 앉아 시덥잖은 농담따먹기를 했냐고 물으려다 말았다. 그 말을 함으로써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나를 그 중의 하나로 만들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쉬운 마음과는 달리 기분 좋은 대화들이 오갔고, 그만큼 우울한 침묵도 있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 사람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선물해주었다. 책에 써준 글귀를 지금도 자꾸 쓰다듬어본다. 표류하는 '청춘' 을 의도했다는데 표류하는 '인생'으로 잘못적어서 주는 바람에 난 내 인생이 평생동안 바람따라 표류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나쁜놈.

헤어질 무렵엔 마음이 초조해져서 언제나처럼 캐나다 가지 말고 시집오라는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쳐주지 못했다.
'정말 안가도 너 나 안만나줄거잖아.' 라는 식으로 정색을 해버린 나는 때려주고 싶을만큼 찌질했다.

우린 다음번을 기약하지도 않았다. 될대로 되라지. 어차피 그는 내 일상도 아니었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지도 않는, 어설픈 포옹보다는 차라리 그의 말대로 한 대 힘껏 패버리고 올걸.


몇 년이나 걸릴까.
난 신데렐라 언니에서 본 것처럼 8년을 얘기했고, 그는 8년이 너무 길다고 얘기했다. 아무렴.
허나 난 8년이든, 18년이든, 설령 8개월이든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그는 많이 변해갈테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만은 드라마에서 그랬던 것처럼 변하지 않길 고대할 것이다.

이 마음이 뭔진 잘 모르겠다. 그의 마음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이게 사랑인지 우정인지 어떤 종류의 애정인지 이젠 상관없다. 난 그를 놓아버렸다.
'한동안' 이라고 믿고 싶다.

역시 내 인생의 초점은 인간관계에 맞춰져 있는 것인지, 오가는 사람이 없는 이곳엔 잘 안오게 되더라. 웃긴게, 오가는 사람이 없는 이곳을 창조한 것도 나인데. ㅎㅎㅎ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나의 모습은 허세부리는 나의 모습이다.

나 자신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의 나라는 걸 인정 못하고

자꾸 옛날엔 어땠네, 내가 아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네, 돈을 얼마를 모았네, 영어를 얼마나 하네, 앞으로는 어떻게 할거네, 학교는 어디를 나왔네, 내가 사실은 굉장히 지적인 사람입네(실제로 이런 말을 하진 않지만, 이런 마음가짐을 언제나 갖고 있다;;) 하며 지껄이는 허세부리는 내 모습을 문득 발견할 때는 자기혐오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아, 진심 최악이다.

조금 더 자기 자신을 낮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나란 인간은 떠받들어 주는 것에만 익숙해서 만약 옛날 옛적 왕에 비유한다면 간신들의 아첨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고 충신을 참수하는 그런 왕이 아니었을까 ㅋㅋㅋ

처음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 나이가 어려도 배울 것이 분명 많을 것이므로 나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존대말하고, 배우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할 것이고, 이것은 무척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 자부했다.

허나...

잔소리꾼 어린이는 정말 싫다......................

어린이에게 잔소리를 듣는 기분이 이렇게 더러울 줄이야!!! 허세덩어리인 내가 이걸 어떻게 참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그 돈이 몇푼이든, 돈벌이는 모두 지겹고 힘들다.

그리고 스트레스의 질량은 저울에 재보면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인과 부모님께는 내가 무척 행복하고, 일이 재미있고, 여유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늘어나서 좋다고 이야기 하고 다니고 있다. 참 부끄럽게도. 그렇다고 힘들다고 징징거리기에는 투덜투덜 투덜이스머프 이미지가 될까봐 싫기도 하고, 그렇지만 역시 목적은 '허세'에 있다. ㅎㅎㅎㅎㅎㅎㅎ



개인적으로 귀족의 생활을 동경하는데 (맨날 하는 품위 드립 참조)
내가 일하는 동네는 부자들이 많은 동네다. 유전미인이라고.. 손님들 중에는 스튜어디스들도 많고, 예쁜 아줌마들도 많고, 이쁜 외국인들도많다. 모피 입은 아줌마들과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지껄이는 초딩들.. 그 대화를 모두 받아주는 수준의 부모들.

친구들이 시집 잘 가는 것에 대한 동경을 품고, 그것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비웃을 망정 조금이라도 내 목표를 비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본으로부터 비롯한 그들의 품위 있는 생활을 목도하고 있는 지금은 나의 꿈에 대한 대단하신 신조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등바등 살 필요 없이, 돈 많은 남자 만나서, 한가로이 대낮에 아줌마들이랑 커피마시며 우리애 교육이 어쩌고 수다 떨고, 주말엔 남편이랑 애 데리고 와서 빵이랑 생과일 쥬스 사주며 집 앞 길을 산책하고, 거품이 가득한 목소리로 카푸취노 쥬세요, 시나몬 좋쥐요오~ 라고 주문 하는 삶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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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010. 1. 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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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블로그에서 친해진 사람이 초청해준 독서모임에 갔다. 벌써 4번째 모임이다. 이번달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었는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책이기도 하고, 요즘 읽는 [사랑, 그 혼란스러운]에서 에리히 프롬을 약간 비난(?)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달갑지 않았는데, 언제나 그랬듯 나의 논리는 논리적이기 않기 때문에 토론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예전에 정말 가고 싶었던 C모 그룹 토론 면접에서 왜 말이 별로 없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다들 말씀을 너무 잘하셔서 제가 끼어들 틈이 없네요.'라고 도돌이표 1개월짜리 삽질 대답을 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토론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난달까지는 아주 즐겁게 듣고, 나도 조금 얘기 할 수 있는 소프트한 분위기였는데, 이번달은 왠지 대단히 위축되었다.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다른 사람들이 더 부풀리고 화려하게 치장해서 다 해버렸고, 난 자꾸만 그 면접이 떠올라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번에 새로 오신 분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발제자에게 한 첫마디로 '오독'이라며 날카로운 칼날을 던졌고, 그 이후로는 어려운 말들만 써가며 알아들을 수 없는 이론을 연설조로 펼치기에 난 좀 질렸던 것 같다. 이건 취미 모임이 아니야. ㅠㅠ 라며 난 뒷풀이에 참석하지 않았고, 앞으로 계속 참석할 수 있을지 무척 걱정된다. 왜냐하면 다음 모임은 그 새로 오신 분이 발제를 하시고, 그 분은 첫 모임 참석평으로 '너무 널널하다.'라고 해버렸기 때문. 아, 빡빡한 사람 싫은데.

이것은 대표적인 O형의 특성으로 내가 모임의 배경이 되어버리면 그 모임이 지루해져버리게 된다. 이렇게 혈액형을 얘기한다고 누구는 싫은 표정을 짓겠지만, 정말 80프로의 O형은 이런 성격인걸. 여튼 그렇게 기가 센 사람이 모임에 참석하면서 나는 주변인 정도도 아닌 완전한 배경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나 좋아하던 모임이었는데, 어쩐지 이제 나가지 않을 거란 마음이 더 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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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알라딘 서재에서 지난주 공들여 쓴 포스팅과 리뷰가 뭔가 당선되어서 5천원/만원씩 적립금을 받았다. 포스팅은 그렇다 쳐도 리뷰 당선은 정말 신난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열심히 쓴 것이라서 더 뿌듯하다. 예전엔 5만원씩 주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딸랑 1만원. 그래도 명예욕 충족이 되었으니 만족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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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침에 지하철에서 빈혈이 날 때가 있다. 체한 듯이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우며 심할 땐 헛구역질이 날 때도 있다. 오늘도 무척 심해서 사람 그득한 지하철 안에서 주저앉을 뻔 했는데, 사당까지 버텼다. 1달만 더 다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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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능이 있다면 바로 '유입경로'이다. 이런 허당 블로그에 도대체 어떻게 들어오는지 궁금한데, 가장 많이 들어오는 검색어는 '숏버스', 두번째는 '알라딘 불매'이다. 숏버스는 리뷰를 써두었지만; 알라딘 불매는 제대로 얘기한 것도 아니고 잠깐. 단 한번 언급했는데도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인기 유입검색어이다. 가장 웃겼던 것은 예전에 쓴 '아빠와 나'라는 포스팅 때문이었는데, '아빠와 나'라는 게임이 있었나보다. 그래서 9번 연속인가로 유입경로에 뜬 적이 있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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