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Posted 2010. 1. 21. 13:37
일은 어떻게 보면 잘 풀렸다. 내가 가진 단 하나, 자존심을 버리고 이런저런 합리화를 하며 2월까지 일을 하기로 했다. 대신 일주일에 3일만 나가는 조건이고 실업급여도 챙겨주기로 했다. 어제 읽은 글귀에서 그랬다. 밥그릇에 낚시바늘이 파묻혀 있다고. 그래서 아무리 이렇다저렇다 말을 해도 밥을 먹으면 그 낚시바늘에 낚여서 직장으로 끌려간다고. 맞다.
내가 너무 일을 잘해왔어서, 혹은 내가 줄을 잘 타서, 혹은 단지 운이 좋아서 내 능력이상으로 평가되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교수들 알력다툼까지 생겨서 내가 퇴사하는게 이래저래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상사는 자꾸 술만 마시면 내게 왜 그만두냐고 질타하고, 동정심 유발한다. 뭐, 나로선 다행인 일이다. 그만둔다는데 '어, 잘됐다.'라며 등떠미는 것보단 기분이 좋잖아. 게다가 모든 직원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고 있다. ㅎㅎㅎ
캐나다 워홀 최종합격 레터는 2월 말경에나 올 것 같다고 한다. 건강에 문제가 없고, 돈도 잘 입금했으니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있다. 며칠 전 워홀 어쩌고 하는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일 구하기' 챕터를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쉽게 구해지지는 않는가보다. 원래 이런 방법론 책이 유난떠는게 있긴 하지만 갑자기 걱정이 됐다. 사실 영어수준도 2년 전에 비해 급하락한 상태고, 외국에 있을 때도 놀기나 했지, 파트타임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6개월 뒤 가진 돈만 다 털어먹고 뚱보 루저가 되어 쓸쓸히 귀향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ㄷㄷㄷ
바리스타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서 가볼까 했는데, 자주 있는 시험도 아닌 것 같고 아카데미에 다니면 수료증을 준다고 하니, 이거 알아봐야겠다. 2월까지 일하게 되면서 알바를 구하는 것도 일정상 빡빡할듯 싶다.
원랜 베트남 배낭여행을 2월에 한 2주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못가게 되면서 2월까지 일하는데 동의했다. 그래도 왠지 아쉬운 마음에 세부에 4일 럭셔리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돈이 똑같이 든다. 이렇게 생활비 하려고 했던 적금은 몽땅 털리고. 이게 다 자존심 버리고 실업급여와 2월 월급을 선택한 결과물이다.
럭셔리여행이라지만, 땡처리 항공권과 외국사이트까지 가서 싸게 호텔 예약을 하며 최대한 싸게 가려고 서핑하느라고 눈알 빠지는줄 알았다. 그러느라고 일은 쌓여만 가고, 점점 마음은 딴데로 간다. 이게 왠 악순환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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