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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0.10.17 블로그에는 절대 쓰지 않으려고 했던 현재 연애 상태
  8. 2010.10.14 오늘은 왠지.
  9. 2010.09.26 쓸쓸한 날들
  10. 2010.08.13 에드먼튼 구직 체험기

Happy Halloween♡

Posted 2010. 10. 31. 15:50

할로윈 주말이 지나가고 있다. 아... 졸려.

어젠 함께 일하는 친구가 호스트한 하우스 파티에 다녀왔다. 왔다갔다 한 사람들까지 하면 한 50명은 왔을거다. 다른 친구네 집에서 버드 의상 같이 만들고, 우연의 일치로 와일드 터키(Wild Turkey)라는 위스키를 마시다가 마시던 병을 그대로 갖고 11시쯤 출발했다. 자기 마실 술은 직접 가져 오는 거다. 여튼 이 와일드 터키는 도수가 50도 되는 술인데, 친구 말로는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의 조니 뎁이 맡았던 역할의 실제 인물이 매일같이 마셨던 술이라고 한다. 난 그 인물이 실제 인물인줄도 몰랐는데. 이 술은 정말... 정말......... 대단하다. 실로 오랜만에 자다 일어나서 위액을 토하는 기염을 토했다. 둘이서 거의 한병을 다 비웠으니. ㅠㅠ

함께 일하는 친구들의 취한 모습을 보니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재밌긴 했지만 뭐랄까.. 모르겠다. 취한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았다. 나도 취하면 저렇게 보이겠지. 그렇다고 내가 안취했다는 건 아니다. 너무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너무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친구가 너무 취해서 그 친구 챙기느라고 내가 정신 챙기게 되더라. 엄마가 한 번 내게 배려심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고 해서 내가 진짜 빵터졌는데 정말 그런가? 난 내가 좀 심하게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난 한복을 입고 메이크업을 하고 얼굴에 검은색 아이라이너로 꽃그림을 그리고 커다란 꽃 삔을 꼽았는데, 평생 들을 예쁘단 소리를 어제 다 들은 것 같다. 행복했다. 진짜... 요즘들어서 내가 좀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게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생기는 반작용인 것 같다. 안그래도 자뻑이 심해서 고치려고. 는 아니고 좀 숨겨볼려고 노력했는데 요즘은 정말 진심으로 내가 괜찮다고 생각을 하니까 문제가 된다. 솔직히 말하면 좀 꼴보기 싫어질 지경.

할로윈이라고 다들 드레스업 하고 왔는데 정말 의외로 섹시나 호러컨셉은 없었다. 다들 귀엽게 스타워즈나 동물 아니면 힙합 가수, 엘튼 존, 외계인, 카우보이 이런 정도로 코스튬을 했다. 귀여운 남자애들도 정말 많았고, 내게 무척 다정하기도 했지만 모두.. 게이였다. 친구들에게 everyone's gay.. 라고 백번쯤 말한 것 같다. 그랬더니 스트레이트인 애들을 내게 소개시켜 주었지만 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르겠다. 왜 핫 가이는 핫 게이인가!! 내가 좀 꽃돌이들을 좋아해서 그런가. 취향의 문제인가. 내 취향은 게이인가. 처음 만난 괜찮은 남자가 게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전혀 할 필요가 없었던 한국이. 그립다.

술.
술은 나의 인생에서 뺄 수 없다. 너무 좋다. 한국 가기 싫은 이유 중의 하나가 다양하고 맛있는 맥주다. 난 원래 맥주를 마시지 않는데, 예전에 호주에 있을 때 소주가 너무 비싸니까 맥주를 마시기 시작해서 한국에서 소맥에 길들여지더니 지금은 캐나다에서 파는 모든 종류의 맥주를 마셔보겠다며 다양한 맥주를 시도해보고 있는데 다 마시려면 아직도 멀었다. 처음엔 오백 한잔이 그렇게 그립더니 한국에서 생맥주 마시려면 이제 못마실 것 같다.

어제도 대단히 많이 마셨는데, 신기한건 취하면 영어가 더 잘된다. 들리는 건 물론이고 말하는 것도 거침없다. 문제는 기억에서 없어진다는거; 나름 카메라도 충전해서 갔는데 사진 단 한장도 찍지 못했다. 노느라 바빠서 사진찍을 여력이 없더라. 파티에서 나 혼자 단 한명의 아시안이었는데 좀 신기했다. 그 많은 한국인/중국인들은 다 어디에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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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Posted 2010. 10. 29. 13:41

* 오늘 문득, 내가 연애하기에 좀 피곤한 사람이긴 하지. 란 말을 내뱉었다.

친구는 그럼 나는 안피곤하냐, 내 애인은 안피곤해보여? 연애는 다 피곤한거야. 라고 했다. 응. 그러게. 내 사람들도 다 피곤했네.

* 이번주는 할로윈을 준비하느라고 온 신경이 패션에 집중되어 있어서 무난히 지나갔다.

머리에 꽃삔 꼽고 한복 입을거다. 하하

* 나도 남들처럼 외국인들이랑 파티하면서 후레쉬 팡팡 터뜨리면서 찍은 사진 허세월드에 올려야지.

요즘 친구들 싸이를 보면 왠 호텔방에서 다 벗고 찍은 사진들이 많은지 -_-; 그런 방 빌릴 돈으로 가까운데 어디라도 여행을 잠시 다녀오거나 안되면 술을 마시겠다.

* 책을.. 조금 읽어볼까?

* 내 서재에 마르케스와 아옌데와 요사와 카잔차스키와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신 분(ㅋㅋㅋ)이 댓글을 남겼다. 오랜만에 신이 났지만 친구는 마르케스 읽는 남자는 아마 브랜드 따지는 남자일거라고 했다. 친구는 멋부리는 남자에게 마음 뺏기지 말라는 말을 하는 중이었는데, 마르케스 읽는 남자는 멋부리는 남자일 확률이 높다고. 그런가. 마르케스 읽은 여자인 나는 멋부리는 걸 좋아하고, 마르케스 읽은 여자인 또 다른 친구는 전혀 멋을 부리지 않는데. 친구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난 멋부리는 남자가 좋다. 흥

남자도 남자지만 예쁜 여자도 좋다. 어쩐지 못생긴 사람과는 잘 친해질 수가 없다. 물론 안예쁘지만 대단한 매력을 가진 친구들에게는 홀랑 반하지만, 얼굴도 안예쁘고 매력도 없다면 그냥. 그렇다고 내가 예쁘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쳇

* 뭐 이따위 포스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낭이 따로 없구려.


시간

Posted 2010. 10. 26. 16:32


시간이 흐른다.

2주에 한번씩 페이첵을 받는데 어제 받았는데 오늘 또 받는 것 같기도 하고, 받자마자 이틀만에 페이첵의 반 이상을 써버리기도 한다. 생일이 지난지 2달이 되어간다. 아빠랑 통화한지는 3달, 엄마랑 통화한지는 사흘, 그 친구와 통화한지는 열흘이 되었다. 캐나다에 온 지는 이제 만으로 6개월이 되어간다. 마지막으로 키스한 것은 5일, 마지막으로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신 것은 3일, 마지막으로 고기를 먹은 것은 2일 전의 일이다.

이 모든 과거의 시간은 한데 뭉쳐서 망가진 거미줄처럼 시작과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채 제 기능도 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나.

토요일 내내 미드 시즌 전체를 다 보고 나니 하루에 누군가의 1년이 담겨 있어서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어서 계속해서 날짜를 셌다. 누군가 그랬다. 내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생각할 땐 실제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고, 시간이 지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는 실제로 느리게 가고 있다고. 시간의 시속은 나이에 비례한다고도. 시간의 흐름은 절대적이지 않은 걸까.

눈이 왔다. 많이 왔다. 아침에 눈을 떠서 창 밖에 쌓인 하얀 눈을 보니 마음이 시려져서인지 추워졌다. 방에 있었는데도. 시각은 체온에도 영향을 주는 걸까.

오랜만에 아빠와 통화를 했다. 워크샵중이라는 아빠는 미친 꿈을 꾸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그 꿈의 목록을 적으라고. 그게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거다. 정신나간 짓이라며 가장 반대가 심했던 아빠가 지금은 가장 든든하게 날 북돋아주고 있다. 어쩌면, 아빠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품어봤다.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면 다 소용없어지겠지만. 하지만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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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 see my breath.

Posted 2010. 10. 25. 15:39

수키 김의 [통역사]의 첫 문장은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로 시작한다.

부쩍 추워지더니, 급기야는 첫눈이 내리던 오늘 밤. 집에 들어오기 전 아파트 프론트 도어 앞을 서성이며 담배를 피우다가 갑작스레 이 문장을 떠올렸다. 왜지?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11시의 담배가 더욱 더 절망감의 표현이어서?  어떤 흡연자는 이 문장을 멋부렸다며 싫어했었는데, 나는 나의 흡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어서?

절대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건 중독될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내게 흡연은 기호식품 그 이상이다. 내가 뿜어낸 숨이 흩어져가는 걸 바라보고, 그 끝에 몇 남지 않은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걸 바라보고, 살짝 어지러워지며 비틀거리기도 하고, 내가 흡연을 하게 된 이유를 상기해보고, 그 이전을 그리워도 해 보고, 철저하게 혼자인 나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보기도 하고, 강해지겠다고 헛된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고, 필터까지 피지 말라고 했던 사람의 말도 기억해보며, 짧아져가는 담배를 바라본다. 

끊을 수 있을까. 당분간은 그 언제고 나의 절망감을 표현해주는 담배를 포기할 순 없을거다.
그러기에 난 흡연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아도취가 너무 과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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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Posted 2010. 10. 20. 15:52
아까 이를 닦는데 피가 났다. 살다가 이렇게 피가 많이 난 적은 처음이다. 치약이 주황색이 될 정도였다. 이를 다 닦고 세수를 하고 난 뒤까지도 계속 피가 났다. 사랑니가 썩고 있는 건가보다. 치약맛보다 피맛이 더 많이 났다. 이건 과장.

저녁으로 빵을 먹었는데 빵이 좀 오래된 거여서인지 배탈이 났다. 빵이 말라서 전자렌지에 돌렸는데 전자렌지에 돌리는 과정이 음식에 수분을 뺏어가는 건지 수분을 공급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마른 빵은 계속 말라있었다. 예전에 돌렸을 땐 촉촉해졌었는데. 전자렌지에 종이를 넣으면 불에 타나?

요즘 장을 보러 가고 싶은데 엄두가 안난다. 장을 보러가지 않은지 너무 오래 됐다. 집에 계란이랑 양파밖에 없다. 버섯이랑 아스파라거스, 복숭아 이런것들 좀 사고 만약 좀 땡긴다면 소고기를 조금 사도 좋겠다. 어쨌든 고기를 먹지 않은지 오래 되었으니까. 조금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술을 좀 사두어야 겠다. 와인이나 럼이 좋을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친구와 연애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그랬다. you didn't even like him. it's just deflecting. 대화 흐름상 유추해본 deflecting의 뜻이 확실하지 않아서 그냥 maybe라고 대답했는데 집에 와서 사전 찾아보니 빗나가다라는 뜻이란다. 어쩜 단어도 이렇게 꼭꼭 맞는 단어만 쓰는지. 어쩌면 괜찮아질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무한도전 텔레파시편은 나같은 무한도전 빠순이에게는 완전 팬서비스같은 에피소드였다. 진짜 좋다. 진짜 사랑해. 그냥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살면서 최악의 순간마다 내 옆에 있어줬던 건 무한도전 뿐이었고, 지금도 역시 그렇다. 내가 힘든 걸 이겨내며 성장해갈 때마다 무한도전도 함께 성장한다. 평생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뭐랄까 이런 사소한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으니까 허전해서 자꾸 이런 잡담만 쓴다. 머리속에서는 자꾸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는데 내 이야길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이걸 비워낼 곳이 없다. 친구들도 보고싶고 가족들도 보고싶고 헤어진 애인도 보고싶다. 외롭다. 혼자서 이겨내며 강해지고 싶어서 이곳에 왔으면서 점점 약해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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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말고 덜도말고 그냥 잡담

Posted 2010. 10. 20. 12:05

이 곳에 오는 사람이 없어서 이 곳에 글을 쓴다고 하는 헛소리가 헛소리인 이유는 매번 유입 경로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어떤 블로그 주소가 있어서 가봤더니 심지어 이곳을 링크해 두셨더라. 아.. 뭔가 감동적이야; 역시 난 히키코모리의 마음은 이해할 수가 없는 지극히도 사회적인, 사랑에 굶주린 인간이었던 거다.

그저께인가는 극도로 혐오하기까지 하는 배설용 연애담을 써놓아 버렸는데 [연애 블로그]가 유입 검색어로 되어 있었다. 하하하. 그것도 세개나. -_-
이곳은 연애 블로그가 아니에요. ㅈㅅ

요즘은 좀 많이 외로워서인지 어쩐지 관심받고 싶어하고 있다.

도시이동을 생각해봤는데, 모두들 겨울엔 집도, 잡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가면 토론토쪽으로 가고 싶은데, 아마 못가게 안가게 되지 않을까. 뭐 가면 가겠지만 사실 그 추운데서 집도 돈도 없이 떠돌 생각 하면 안그래도 시린 마음 더 시려질 듯 하여;

처음에 캐나다에 올 때는 10월이나 11월쯤에 에드먼튼이 지겨워질 무렵 토론토나 몬트리올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막상 집과 잡이 있는 이곳을 떠나기가 어렵다. 이를 제외한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 죽겠는데 그저 혼자 마실 술이나 사 모으며 이 겨울을 외롭게 나야 하나. 그렇다고 도시를 옮기면 안외로울까. 뭐 이런 잡다한 고민들 할 시간에 공부나 하면 바이링구얼이 됐겠죠.

스페니쉬 배우는 디브이디를 사서 오늘 처음으로 시도해봤는데 은근히 재미있다. 문법 어쩌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문장이랑 단어 통째로 외우는 식. 언어를 배우는게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너무 적어서 생각 많이 하고 시작하라고 하던데, 요즘 남는게 시간 뿐이라 미드볼 시간에 이거나 돌리고 있는 것도 괜찮겠다. 부에노스 디아스, 부에나스 나쵸스.. 이게 아닌데; 나 교양 스페인어 강좌에서 비쁠맞은 앤데. 그것도 중간고사는 거의 만점받아놓고 기말 때 맹장수술 해서였나 애인이랑 헤어져서였나 공부 하나도 못해서 반타작해서 비쁠. 아, 갑자기 왜 이런 기억이.

밥먹어야 하는데. 배고픈데. 집에 먹을게 계란이랑 양파밖에 없다. 아. 가게에서 가져온 스콘이 있구나. 스콘은 왠지 간식이나 브런치의 느낌이라 저녁으로 먹기에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발사믹에 양파 볶아서 같이 먹어볼 생각을 하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급 들었다. 요리하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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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퉁퉁 부은 채로 일어났다. 세상에, 그렇게 운 적은 오랜만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거울을 보곤, 쌍커플 수술을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2주도 안만난 친구에게 그만 만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예전 사람을 떠올렸던 건 이 친구를 만나며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운건 아닌데 그래도 익숙한 것은 익숙한 것이라, 이 친구와 뭘 하든 생경하기만 했고, 이게 아닌데. 하는 위화감만 들뿐이었다.
내 애인은 그 사람인데, 너는 누구지.
하지만 그 낯설음과 위화감마저도 외로운 내게는 따뜻함이었기에 행복했었다.

더욱 더 커진 허전함 때문인지, 그 친구가 받지도 않았는데 없어진 나의 마음 때문인지, 그냥 참을 수가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난 울며 예전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원래 난 전화를 잘 하지 않고, 그 사람은 아예 받지도 않지만 어제는 왠일인지 계속해서 전화를 했고, 그 사람은 받아주었다.
일 하는 도중이라고 했고, 시험 기간이라고 했고, 통화 도중에 간간히 일하는 말이 들려왔고, 요즘 많이 짜증난댔고, 농담도 했고,
잘 지내라고 해주었다. 그리고 전화 받는 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통화를 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여전히 내것인 것만 같아서,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많이 슬펐다. 난 누구 때문에 슬픈지 모르겠다. 날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2주나 날 행복하게 해줬던 새로운 사람 때문인지, 지푸라기 하나에 온 몸을 내던진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발버둥 조차 치지 않고 가라앉고만 있었던 나 때문인지, 똑같이 좋아했는데 어떻게 너만 힘들겠냐고 말하는 예전 사람 때문인지. 

전화 하는거, 문자 보내는거, 메일 쓰는거 다 마지막이라고 약속했다. 이렇게 정리가 되어 가나보다.

즐거운 일이 있을거라고 예상하며, 좋아하는(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눈을 뜨는게 새삼 얼마나 행복한지 알겠다.
이제 더 이상 그 사람을 볼 수 없을 거라고, 당분간 행복하다 말하는 날은 없을 거라고 예상하며 팅팅 부은 눈을 뜨는 건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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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왠지.

Posted 2010. 10. 14. 18:30

잠이 오질 않아.
떼시스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1996 / 스페인)
출연 아나 토렌트,펠레 마르테네즈,에두아르도 노리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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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시스]의 영향이 크다. 괜히 봤어, 괜히 봤어, 괜히 봤어.... 하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실제로 스너프 필름 유행일 때 다운 받아봤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정작 잔인한 장면은 없으면서도 끝까지 사람 심장 벌렁거리게 만든다. 정말이지 영화 보는 내내 미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압권은 마지막 장면. 정말 온 몸에 소름이 쫙 돋는다.

폭력과 쾌락은 정녕 이어져 있는 것인가. 안그러면 안되나? 왜지. 난 단지 학문적 이유를 위해서 [소돔 120일]을 읽었는데, 그것이 과연 학문적 이유에서였을까. 내게 가학적인, 혹은 피학적인 성향은 없을까. 폭력과 쾌락은 뗄 수 없는 관계일까. 사드의 작품에 붙인 역사적 해석은 일종의 자기합리화일까. 이것은 어느새 나의 문제가 되어 있다. [떼시스]의 그녀에게서 난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게 정녕 공포스러웠는지도.

리뷰를 써 볼까 했는데, 생각이 도무지 정리가 안되서 못쓰겠다. 아직은.

이 곳에 쓴 글들을 살짝 훑어봤다. 우울해서 쓴 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있는 척 하면서 쓴 글도 몇개 있더라. 하지만 그 있는 척 하는 글들을 썼던 나가 지금의 나보다 더 똑똑해 보이는 것은 사실. 요즘은 아예 정신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서 고민이 많다. 이런 생활이 바로 내가 살고자 했던 삶인데 역시 난 빡센 대한민국 출신인가보다. 피는 못속여.



 뜬금없는 사진은 주왕산을 떠올리게 했던 밴프의 어느 폭포. 주왕산에서 먹던 더덕 동동주가 그립습니다. 배고파. 세시 반이다. 얼른 자자.

쓸쓸한 날들

Posted 2010. 9. 26. 03:02

난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걸 즐겨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만 4개월 정도 새로운 사람만을 만나며 살다보니 지금까지 내가 추려왔던 관계의 결과물이 얼마나 가치있었던 것인지를 새삼 느낀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가 밴쿠버에 놀러와서 며칠 함께 지내다가 돌아갔는데, 친구는 캐나다가 그리워서 미치려고 하고, 난 그 친구가 그리워서 미치려고 한다. 친구, 와 함께 보냈던 시간만큼 행복하지가 않은거다. 이제는. 공공연하게 이곳에서 살고 싶다며 지금 생활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외로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무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그렇다고 해서 만나지 않으면 그 공동이 더 커지니 어쩔 수 없이 또 만나 보고, 만날 땐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고 와서 집으로 돌아오면 더 깊어지고. 이것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하다. 

어제 새벽에는 오랜만에 한국의 친구와 통화를 했다. 보통의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내가 이곳에서 어영부영 놀며 시간 보내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그래서 통화를 자주 하지 않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영양가 없는 술자리를 마치고 혼자 집에서 돌아온 나를 견딜 수가 없어져서 그만 친구에게 전화를 해버렸는데, 역시나 얼른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난리다. 며칠 전 같았으면 무시해버렸을 그 말이 왜 이리 가슴에 와서 박히는지 나는 그만 한국으로 돌아가버리고 싶어졌다.

마음이 맞는 친구가 필요한건지, 한국이 필요한건지, 내 마음의 블랙홀이 너무나 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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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튼 구직 체험기

Posted 2010. 8. 13. 16:07

짤방은 밴쿠버 스탠리 파크 근처. 언제 또 오나 싶었었는데 갈 날이 한달 남았다. 후후

오늘의 주제는 에드먼튼에서 일자리 구하기. 유입 경로를 보면 이 황량한 블로그에 '에드먼튼' 검색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작 필요한 정보제공은 없어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이제서야 포스팅한다.

나는 호주에서 10개월 정도 어학연수한 경험도 있고, 어디 여행다니면서 사귀는 외국인 친구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별로 없기도 했고, 다니던 회사에서는 국제학술행사 개최를 담당했던지라 외국인을 만날 기회도 많았고 업무의 반 이상은 영어로 진행했기 때문에 영어에 꽤나 자신감이 있는 편이었다. 나 영어 잘해. 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영어때문에 어려움은 없는, 커트라인은 넘긴 정도의 수준이어서 캐나다에 올 때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경험을 위해 브레덴코에서 알바도 해서 영어, 경력 모두 뒷받침 된다고 생각하며 별 긴장감 없이 자신있게 레쥬메를 작성해서는 돌리기 시작했다. 세지는 않았지만 온라인까지 합하면 7-80 장 정도는 돌렸다. 잡을 구하기까지 1달 반, 인터뷰 2번, 전화 인터뷰 1번. 예전에 취업할 때 총 40번 지원에 3번의 면접을 봤던 것보다 더 최악의 결과였고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쭉쭉 빠져서 엄마가 살빼러 갔다고 생각하라고 위로해줄 정도였다.

막상 일을 구하려고 보니 중급 정도의 영어나, 초급 정도의 영어나 상관없었다. 현지인들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의 영어 실력은 초급이나 중급이나 어느 정도 소통하는데 한계가 있는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상관없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2번의 인터뷰는 Good Earth 라는 커피숍과 Jugo Juice에서였는데
서비스직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느냐?
예전의 직장에서 가장 성취도가 높았던 프로젝트는? 
서비스직에서 가장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은?
뭐 이따위의 대기업 맞먹는 인터뷰 질문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생글생글 웃으며 답했음에도 연락은 없었고 정작 일하게 된 곳의 인터뷰에서는 이런 질문 없이 약간의 잡담 후에 일할 수 있는 시간, 시급 정도를 협의하고 바로 일에 투입됐다.

지금은 WEM의 요거트 가게인 Yogen Fruz에서 일하고 있다. 매니저가 한국인에게 무척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일부러 한국인을 뽑기까지 하는 흔치 않은 캐릭터의 캐네디언인데 운 좋게 자리가 나서 일하게 됐다. Daum의 대표적인 캐나다 워홀 까페에서 에드먼튼 대표(?)로 체험기를 올리는 친구가 이곳에서 일하며 체험기를 세세하게 올려두기도 해서 나름 에드먼튼 워홀러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리라 본다.

매니저도 친절하고, 코워커들과도 무척 친해져서 일하러 가는게 신나고 기다려질 정도인데, 파트타임이라 세컨잡이 절실히 필요해서 대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9월을 앞두고 여기저기 찔러보기 시작했는데, 평소 자주 다니다가 혹시나 하며 레쥬메 넣어 보았던 집 앞의 Good earth에서 연락이 와서 일단 이틀 트레이닝을 했다.

일단 여기까지.
잡을 구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웃는 얼굴과 운이라 본다. 하지만 그건 그 뿐. 영어가 안된다면 짤릴 수밖에 없다. 요거트 가게에서 내 앞의 2명이 짤렸다고 들었기 때문에 한 3주는 긴장하며 눈치코치 다 보고 애들이 내 뒷다마 까는 것 같으면 듣고 바로 그 날 그건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똑같은 실수 안하려고 온 감각은 다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새로 잡을 구하려고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또 영어가 문제다.

처음에 인터뷰 할 땐 보스가 코리안 좋다고 나 웃는게 예쁘다고 하면서 인상 좋게 보고 트레이닝 해보자고 할 때가 월요일인데, 벌써 하이어링 하냐 마냐하며 계속 겁준다. 요거트 가게보다 메뉴가 훨씬 많고 바가 커서 손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또 뭐라고 대답을 하는지,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하며 멍때리다 보면 실수하고, 어제까지 예쁘게 웃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던 코워커들에게 지적질 받고, 예쁜 까페에서 원하던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자랑하던 어제가 무색해진다. 

내일이 마지막 트레이닝인데, 오늘은 트레이닝도 없는 날인데 괜히 가서 커피 하나 마시며 코워커에게 살랑살랑 거리며 애교 부리고 왔다. 외국에서 일하기 정말 힘들다. 잡 구하기도 힘들지만, 일하기는 더 힘들다. 캐나다 땅에서 당차게 일하고 있는 워홀러친구들. 정말 대단하다. 그래도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훨씬 나 자신을 단련하는 것만 같다. 여기서 잠깐 눈물좀 닦고. 괜히 감정이 북받침;;;

에드먼튼, 진짜 처음에 재미 없어서 11월에 토론토로 옮기려고 했는데, 은근히 정들어서 안옮길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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