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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6 사진과 관련 없는 쌩뚱맞은 글.
  2. 2010.01.26 만두에서.
  3. 2010.01.21 근황 2
  4. 2010.01.16 연애시대2 4
  5. 2010.01.11 화풀이용 포스팅 2
  6. 2010.01.06 품위와 찌질함 4
  7. 2009.12.30 아빠와 나 6
  8. 2009.12.23 자본의 노예 2
  9. 2009.12.22 워킹홀리데이 1차 합격 8
  10. 2009.12.18 붕붕 떠다니는_ 박쥐

사진과 관련 없는 쌩뚱맞은 글.

Posted 2010. 1. 26. 11:31

*
주말엔 블로그에서 친해진 사람이 초청해준 독서모임에 갔다. 벌써 4번째 모임이다. 이번달 책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었는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책이기도 하고, 요즘 읽는 [사랑, 그 혼란스러운]에서 에리히 프롬을 약간 비난(?)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달갑지 않았는데, 언제나 그랬듯 나의 논리는 논리적이기 않기 때문에 토론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예전에 정말 가고 싶었던 C모 그룹 토론 면접에서 왜 말이 별로 없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다들 말씀을 너무 잘하셔서 제가 끼어들 틈이 없네요.'라고 도돌이표 1개월짜리 삽질 대답을 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토론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난달까지는 아주 즐겁게 듣고, 나도 조금 얘기 할 수 있는 소프트한 분위기였는데, 이번달은 왠지 대단히 위축되었다.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다른 사람들이 더 부풀리고 화려하게 치장해서 다 해버렸고, 난 자꾸만 그 면접이 떠올라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번에 새로 오신 분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발제자에게 한 첫마디로 '오독'이라며 날카로운 칼날을 던졌고, 그 이후로는 어려운 말들만 써가며 알아들을 수 없는 이론을 연설조로 펼치기에 난 좀 질렸던 것 같다. 이건 취미 모임이 아니야. ㅠㅠ 라며 난 뒷풀이에 참석하지 않았고, 앞으로 계속 참석할 수 있을지 무척 걱정된다. 왜냐하면 다음 모임은 그 새로 오신 분이 발제를 하시고, 그 분은 첫 모임 참석평으로 '너무 널널하다.'라고 해버렸기 때문. 아, 빡빡한 사람 싫은데.

이것은 대표적인 O형의 특성으로 내가 모임의 배경이 되어버리면 그 모임이 지루해져버리게 된다. 이렇게 혈액형을 얘기한다고 누구는 싫은 표정을 짓겠지만, 정말 80프로의 O형은 이런 성격인걸. 여튼 그렇게 기가 센 사람이 모임에 참석하면서 나는 주변인 정도도 아닌 완전한 배경이 되어버렸고, 그래서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나 좋아하던 모임이었는데, 어쩐지 이제 나가지 않을 거란 마음이 더 커져버렸다;

**
그건 그렇고, 알라딘 서재에서 지난주 공들여 쓴 포스팅과 리뷰가 뭔가 당선되어서 5천원/만원씩 적립금을 받았다. 포스팅은 그렇다 쳐도 리뷰 당선은 정말 신난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열심히 쓴 것이라서 더 뿌듯하다. 예전엔 5만원씩 주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딸랑 1만원. 그래도 명예욕 충족이 되었으니 만족이다. ㅎㅎ

***
가끔 아침에 지하철에서 빈혈이 날 때가 있다. 체한 듯이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우며 심할 땐 헛구역질이 날 때도 있다. 오늘도 무척 심해서 사람 그득한 지하철 안에서 주저앉을 뻔 했는데, 사당까지 버텼다. 1달만 더 다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
티스토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능이 있다면 바로 '유입경로'이다. 이런 허당 블로그에 도대체 어떻게 들어오는지 궁금한데, 가장 많이 들어오는 검색어는 '숏버스', 두번째는 '알라딘 불매'이다. 숏버스는 리뷰를 써두었지만; 알라딘 불매는 제대로 얘기한 것도 아니고 잠깐. 단 한번 언급했는데도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인기 유입검색어이다. 가장 웃겼던 것은 예전에 쓴 '아빠와 나'라는 포스팅 때문이었는데, '아빠와 나'라는 게임이 있었나보다. 그래서 9번 연속인가로 유입경로에 뜬 적이 있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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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에서.

Posted 2010. 1. 26. 10:28

이곳은 인도의 마드야 쁘라데시(Madhya Pradesh)에 있는 만두(Mandu)라는 곳으로, 유명한 교통접점(?)인 인도르(Indore)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가량 이동한다. 우다이뿌르에서 인도르로 밤버스를 타고 10시간 정도 이동했는데, 새벽녘에 떨어져도 릭샤(오토바이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만두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나는 혼자 여행하고 있었고, 길치이기 때문에 그 거리가 걸어서 5분인걸 알고 있음에도 릭샤를 10분이나 타고 돈을 지불한다.

만두는 산 위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자전거를 타면 마을 끝에서 끝으로 1시간도 안걸리는 거리이고, 식당은 3개밖에 없었고 그나마 맛도 없었고 게다가 채식주의 동네였지만 열흘이나 머물렀다. 필름도 3~4롤이나 사용했지만, 아쉽게도 렌즈가 고장나있던 상태라 초점이 대부분 맞지 않는 안타까운 일이... 

작은 마을임에도 유명한 관광지가 3군데나 있어서 주말이면 현지인들이 관광온다. 나는 입장료 100루피(2500원상당, 풍족한 밥 한끼 가 7~80루피) 가 아깝기도 하고,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더 황량하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sub-관광지(무료)가 많았기 때문에 그곳만 돌아봐도 풍요로운 하루를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놀러 나온' 현지인 관광객들은 여성외국인들만 보면 환장하며 달려드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이면 피하는게 좋다. 날 만져보려는 사람들 스무명에게 둘러싸여 굉장히 당황했던 경험도 있지만, 나쁜 마음이 아니니 탓할 수는 없다. 인도사람들은 착하고 호기심이 많고 가난할 뿐, 나쁘거나 위험하진 않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야한 농담을 던져대는 사춘기~청년 인도인들은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만두에서 한국인 여자애들 4명을 잠깐 만났었는데, 이들은 1박 2일동안 유명한 관광지 3곳을 모두 돌더니 완전히 질려서 도망치듯이 떠나버렸다. 주말이라 현지인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던것. 좀 더 여유롭게 돌아다녀볼 것을 권했지만, '백배가이드'따위 책의 도시이름에 동그라미를 치며 여기여기 다 가봤다고 자랑하는 스타일의 여행을 추구하던 사람들이라 뭐, 나의 권유가 통할 것이라 생각치도 않았다.

1월 중순의 인도 중부지방은 한국의 초가을날씨같은데,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무너진 성벽에 기대고 앉아 책을 읽으면 나는 인생 절정의 행복을 지금 누리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에 슬퍼지기까지 한다. 


근황

Posted 2010. 1. 21. 13:37

일은 어떻게 보면 잘 풀렸다. 내가 가진 단 하나, 자존심을 버리고 이런저런 합리화를 하며 2월까지 일을 하기로 했다. 대신 일주일에 3일만 나가는 조건이고 실업급여도 챙겨주기로 했다. 어제 읽은 글귀에서 그랬다. 밥그릇에 낚시바늘이 파묻혀 있다고. 그래서 아무리 이렇다저렇다 말을 해도 밥을 먹으면 그 낚시바늘에 낚여서 직장으로 끌려간다고. 맞다.

내가 너무 일을 잘해왔어서, 혹은 내가 줄을 잘 타서, 혹은 단지 운이 좋아서 내 능력이상으로 평가되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교수들 알력다툼까지 생겨서 내가 퇴사하는게 이래저래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상사는 자꾸 술만 마시면 내게 왜 그만두냐고 질타하고, 동정심 유발한다. 뭐, 나로선 다행인 일이다. 그만둔다는데 '어, 잘됐다.'라며 등떠미는 것보단 기분이 좋잖아. 게다가 모든 직원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고 있다. ㅎㅎㅎ


캐나다 워홀 최종합격 레터는 2월 말경에나 올 것 같다고 한다. 건강에 문제가 없고, 돈도 잘 입금했으니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있다. 며칠 전 워홀 어쩌고 하는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일 구하기' 챕터를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쉽게 구해지지는 않는가보다. 원래 이런 방법론 책이 유난떠는게 있긴 하지만 갑자기 걱정이 됐다. 사실 영어수준도 2년 전에 비해 급하락한 상태고, 외국에 있을 때도 놀기나 했지, 파트타임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6개월 뒤 가진 돈만 다 털어먹고 뚱보 루저가 되어 쓸쓸히 귀향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ㄷㄷㄷ

바리스타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서 가볼까 했는데, 자주 있는 시험도 아닌 것 같고 아카데미에 다니면 수료증을 준다고 하니, 이거 알아봐야겠다. 2월까지 일하게 되면서 알바를 구하는 것도 일정상 빡빡할듯 싶다. 


원랜 베트남 배낭여행을 2월에 한 2주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못가게 되면서 2월까지 일하는데 동의했다. 그래도 왠지 아쉬운 마음에 세부에 4일 럭셔리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돈이 똑같이 든다. 이렇게 생활비 하려고 했던 적금은 몽땅 털리고. 이게 다 자존심 버리고 실업급여와 2월 월급을 선택한 결과물이다. 

럭셔리여행이라지만, 땡처리 항공권과 외국사이트까지 가서 싸게 호텔 예약을 하며 최대한 싸게 가려고 서핑하느라고 눈알 빠지는줄 알았다. 그러느라고 일은 쌓여만 가고, 점점 마음은 딴데로 간다. 이게 왠 악순환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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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2

Posted 2010. 1. 16. 11:27

연애를 하지않아서

좋을 때
주말에 햇빛이 쨍하고 들어오는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졸다가 책을 읽다가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바쁜 와중에도 의미 없는 문자에 일일히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미래 계획을 세울 때 애인을 개입시키지 않아도 되어서 훨씬 더 열린 플랜을 짤 수 있다.
친구들을 만날 때 눈치보지 않아도 된다.
외로움을 견딜 수 있기만 하다면, 홀가분하게 자기 시간을 쓸 수 있다.
취향 때문에 싸울 일이 없다.
데이트 비용이 굳어서 취미생활에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나쁠 때
집에 가는 길에 미친듯 공허해질 때마다 전화할 사람이 없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
섹스를 할 사람이 없다.
아플 때 엄살부릴 사람이 없다.
선물을 사주고 싶은 사람이 없다.
든 사람 자리는 몰라도 난 사람 자리는 슬프단 말에 공감한다.
내가 그에게 맞춰주고, 그가 내게 맞춰주는, 서로 공유해가는 시간이 끝났단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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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풀이용 포스팅

Posted 2010. 1. 11. 17:28
불만/화딱지의 잔해임을 경고합니다. (화난 주제에 친절하잖아.)

난 화가 나거나 흥분을 하면 약간 정신나간 것 같다.

하도 여기저기에 일을 그만둘 예정이고, 그로 인해 방황하고 있다는 걸 넌지시 알리는 글과 말을 싸질러놓고 다녀서 더이상 얘기하기도/쓰기도/듣기도/읽기도 지겨울테지만 그래도 오늘은 너무 열받고 우울하다.

직장 상사가 실업급여를 놓고 사람 간을 보는데, 돈 몇푼 갖고 그런 취급 당하는 게 너무 어이없다. 

계획했던 것보다 1달 정도 더 일하면 주겠다며 모든 상황을 봤을 때 내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라고 살살 떠본다. 

이게 다가 아니고 몇가지 상황이 더 있는데, 귀찮으니 생략.

아무리 생각해도 속이 뒤집혀서 손이 떨리고 심장이 막 두근거린다. 

블로그에 이런 화풀이용 글 쓰는 거 정말 지양하려고 하는데 어디 풀데가 없다. 

물론 한달 더 일하면 한달 월급 더 받고, 실업급여도 받고, 퇴직금도 좀 더 받고 나쁠게 없다는거 안다. 그런데 말단 직원이라고 이딴식으로 사람 대하는 거 정말 화난다. 나도 학벌 좋고, 교양있는 사람이고, 신체 건강하고, 곱게 자란 자식인데, 무슨 파블로프의 개 실험도 아니고 돈 몇푼 더줄테니 다음달까지만 부려먹자, 너도 돈 필요하잖아, 너네 부모님을 생각해봐.. 라니.

이런 구조가 싫어서 나가는 마당에 또 꼭 이딴식으로 더 빈정상하게 하는데, 진짜 엿먹이고 싶다. 개색히들. 

아 정말 소맥이라도 들이붓고 싶은데 오늘 동생 생일이라 집에 일찍 가야한다. 부모님께 말하면 당연히 다음달까지 일하라고 하시겠지.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소맥 너무 비싼 술이다. 친구랑 둘이서 500cc 5잔에 소주 3병 먹었는데, 안주 하나밖에 안먹었는데도 술값이 4만원이 훨씬 넘게 나와서 쿨하게 카드 긁고 나오긴 했지만 충격받았다. 돈없어서 술못먹는 더러운세상. 안다. 그래도 이렇게 좋은 술을 이가격에 먹을 수 있는건 한국 뿐이라는걸 ㅠㅠ

아 술얘기만 나오면 정신 못차림.

여튼 문제는 내가 과연 이런 기계/수단으로 취급받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물론 앞으로 나는 콜롬비아에 가서 3개국어 유능한 가이드가 될 수도 있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진 여행 에세이 집필가가 될 수도 있다. 가정을 하자면.... -_-... 그런가 하면 평생 꿈만 꾸며 정신 못차리고 방황하다가 폐지줍는 노인네가 될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닌 초등학생 과외선생을 하며 초딩들의 러브러브를 시기하는 B사감 부럽지 않은 노처녀가 될 수도 있다. 죽을때까지......;;;

오늘 밑바닥까지 본 짜증나는 이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혹은(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몇단계 더 상승하고자 한 나의 선택이, 나를 그 구조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 것일까봐 두렵다. 마치 넌 어딜 가도 벗어날 수 없을 것 이라며 손아귀에 날 움켜쥐고는 낄낄거리고 있는 것만 같아서.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꿈같은데;;)

그러고보면 내겐 압도적인 무언가(ex-빅브라더, 아빠, 공룡, 한나라당, 자본주의 등등) 에 대한 포비아가 있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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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와 찌질함

Posted 2010. 1. 6. 13:44


지금껏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발자크나 제인오스틴,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에서 등장할 법한 '옷은 수수하게 차려 입었으나 타고난 기품이 몸애 밴' 여인에 대한 로망같은게 있었는데, 어제 폴라로이드 쿨캠을 사러 나갔다가 그런 여인을 만나고, 약간의 충격에 휩싸여있다.

어제 난 지하철에서 사람에 찡겨서 기둥에 오징어마냥 짜부러진 나머지 반으로 접혀지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찌질한 모습을 지하철 탑승객들에 선보였고, 밥 먹기 전에 커피를 마시기 싫다는 이유로(돈이 없단 이유로), 커피숍에서 기다리란 말에 덜덜 떨면서 커피숍 문 밖에서 기다렸다. 난 머리를 질끈 묶고는, 쌩얼에 거지같은 겨자색 목도리를 칭칭감고 더러워진 어그부츠에 패딩잠바를 입고 있었다.

검은 코트에 구두를 신고, 샤라랑 긴머리를 단정하게 반묶음을 하고 나타나선, 왜 추운데 밖에서 기다리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커피숍으로 들어가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카메라 설명을 해주고 돈을 받더니 당당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이 여인이 이렇게 하니까 이래도 되는거구나,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거구나 하고 끄덕거리며 생각하는 거나, 
괜히 검정 코트를 꺼내들고 입고 출근하는거나, 
게다가 신발은 여전히 어제의 그 더러운 어그부츠를 신고 나온거나, 
그녀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한다거나,
이런 페이퍼나 올리고 앉아 있는,

아.. 이 찌질함의 표상이라니!

품위있게 살고 싶다. 난 '옷은 수수하게 차려 입었으나 타고난 기품이 몸애 밴' 여인을 로망으로 삼을 자격도 없다. 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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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나

Posted 2009. 12. 30. 11:46

 회사를 떠날 이유를 대자면 날이 새도록 말해도 입만 아프다. 내가 근 2년을 몸담고 월급뽕을 받아먹은 곳이기 때문에 말해봤자 내 얼굴에 침뱉기지만, 그래도 애정이 없는건 사실이다. 나도 데이비드 로지처럼 교수들의 실상을 낱낱이 까발린 책을 쓰고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지만, 못할 것도 없다는 심정이다. 이 얘긴 여기까지 하고.

아빠가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다. 아빠를 뺀 모든 팀장이 잘렸고, 입을 모아 흉을 본다고 한다. 동시에 임원진에게 임원준비하란 말도 들었기에 남들 말엔 신경쓰지 않으신다고도 하셨다. 아빠를 증오할 때도 있었지만 부럽고, 존경스럽고, 듬직한 분이다. 내게 내외적으로 풍요로운 가정을 선사해주신 우리 아빠. 

내가 캐나다에 가겠다고 하자, 아빠는 뭐먹고 살거냐고 하셨다. 대학입학때부터 아빠는 뭐먹고 살거냔 말을 계속 하신다. 엄마는 어디가서 밥한끼 못먹겠냐며 옆에서 장난을 치시지만, 아빠는 내게도, 동생들에게도, 도대체 무엇을 먹고살거냔 말로 잔소리를 시작하신다. 나는 공부도 더 하고 싶고, 2년 일했으니 조금 쉬고 싶기도 하고, 그곳에선 알바를 해도 지금보다 더 벌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지루한 삶을 더 이상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데 한 번 사는데 이런저런 경험을 더 해보고, 더 즐겁고 괜찮은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왜인지 아빠가 무척 불쌍해졌다. 돈을 버느라 기회나 다른 꿈조차 가져보지 못했을 아빠의 20대가 갑자기 압도적으로 나를 덮쳐왔고, 그래서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남들처럼 대리, 과장달고 결혼해서 아이낳고 이런것만이 인생의 성공은 아니니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할거라고, 내가 마냥 놀고먹는 것만 좋아하는 것 같아도 계획이 있고 꿈이 있다고 믿어달란 말을 엄마에겐 할 수 있었지만, 아빠에겐 할 수가 없었다. 아빠는 나를 보고 당신의 자유로웠을 어린영혼을 회상하며 후회하실까, 뿌듯해하실까, 안타까워하실까 잘 모르겠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성공이나 명예같은 것에 집착해본 적은 없지만 지금껏 아빠 마음에 드는 결정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큰딸을 가장 믿음직스러워하시는 분께 언젠가는 내가 자랑스러워 못견디겠다는 미소를 지을 날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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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노예

Posted 2009. 12. 23. 14:25


*
다음달부터는 카드를 자를 예정이다. 실제로 가위로 자르고 끊어야지. 조만간 모아둔 돈으로 깨작깨작 살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연명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는 더이상 안된다. 지난 2년간 아무도 눈치 못챌만큼 아주 조금씩 스물스물 늘어난 지출을 단기간에 반으로 줄일 수 있을지는 상당히 의심스럽고, 두렵지만 해볼 예정이다. 술값, 옷값, 책값.. 포기할 수 있을까. 

**
회사생활이 힘든 건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한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간관계인 것 같다. 친구같던 최대리가 내 위에 군림하려고 발버둥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난 진정으로 퇴사를 꿈꿨다. 오늘은 여직원들끼리 회식이 있는 날인데, 까먹기도 했거니와 별로 가고 싶지도 않던 마음에 약속이 있다고 했더니, 세상에 세상에-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우고 어떻게 까먹을 수 있냐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난 그만 지긋지긋해져버리고 말았다. 아, 꺼져- 라고 말하고 싶었다. 진심. 같이 점심먹는것도 짜증나는데 무슨 따로 회식거리고 있네. 

언젠가는 짜증나는 인간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들이랑만 만나고 살 수는 없는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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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 1차 합격

Posted 2009. 12. 22. 10:26


두둥- 어제 밤 11시 넘어서까지 캐나다 대사관 홈페이지 새로고침만 연달아 누르다가 포기하고 잤는데,
채 6시간도 안되어 잠에서 깨자마자 다시 새로고침을 누르니 파란색 링크로 눌러달라고 아우성치는 합격자 명단!!!!

2차는 신체검사인데 뭐 떨어지진 않겠지;;;;

예전에 취업준비할 때 서류탈락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걸 절감했다. 발표가 나지도 않았는데 떨어졌을 때의 허탈감을 어제 하루종일 느끼고 있었다. 일도 하나도 못하고.. 이제 관건은 일을 언제 그만두느냐. 부모님은 딱히 반대하는 건 아닌데 출국할 때까지 일하라고.... -_- 난 당장 그만두겠다고;;

아빠가 무척 엄하고 보수적이신 편이여서 허락을 안해주실 줄 알고 내 인생계획에 대해 프리젠테이션까지 할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별말 없으시다, 책을 읽지만 말고 글을 써보는 건 어떠냐고 은근히 권하시는 걸 보면 이제서야 내가 좋아하는 길을 가는 것에 대해서 인정을 해주시는 것 같다. 


막상 발표가 나니 심란하기도 하다. 올해는 잘 몰랐는데 막상 이제 27이라니 무지 나이 많이 먹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떨어졌을 때보다야 나은 기분이겠지만 더 막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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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 떠다니는_ 박쥐

Posted 2009. 12. 18. 13:31
박쥐
감독 박찬욱 (2009 / 한국)
출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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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볼 때 좋았다 안좋았다의 기준이 '치유'가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 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작품성과 관련해서 구원이나 치료에 집착을 하게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안그래도 비참한 현실은 더 삐뚤어진 시선으로 보며 왜곡시키는 작품들은 별로 내켜하지 않는다. 미술품의 경우에는 아무리 추해도 그게 고정관념이다, 싶어서 더 신선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문학이나 영화같은 장르는 아무래도 인간의 삶을 고대로 그려내는 장르이다 보니 영화에서 보지 않아도 지긋지긋하다. 당신들이 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난 충분히 힘들단 말이다.

이렇게 불쾌해하는 대표적인 작품이 박찬욱감독의 영화들과 강도하의 [큐브릭]이었는데, 그냥 내 취향이랑 달라서 별로인것이지 딱히 작품성을 갖고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싶어서 이런 저런 리뷰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나같은 문외한은 찍소리도 못할만큼 박학다식한 분들께서 해석한 글을 보면 참 꿈보다 해석인가 싶다.  

이상하게도 박찬욱감독의 영화를 자꾸 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의에 관계없이 보게 되는데 그만큼 감독이 유명해서인가 싶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 시리즈나 배트맨 시리즈처럼. 
이번에 본 [박쥐]도 차마 거절을 잘 못하는 나를 어찌 잘 알아보신 분께서 덜컥 예매를 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봤다. 영화가 끝난 후에 내가 딱잘라 별로였어요- 라고 하자 죄인취급한다며 날 몰아붙인다. 흥, 보고 나니 더 우울한걸 어째?! 

김옥빈의 캐릭터가 참 특이했다. 얼마 안되는 시간 동안 성격이 왔다갔다 하니 종잡을 수가 없다.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너무 황당하니깐 그냥 이렇게 살 수도 있는거구나, 하면서 봤다. 하긴 이 영화에서 설득력 있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다. 알 수 없는 중국풍의 분위기와 신하균은 암이라더니 기도 받고 나은건가? 뽕짝과 클래식의 어이없는 조합은 무엇이며 둘의 죽음은 엄마에게 복수인가 선물인가? 우리 감독님은 [사이보그...]이후로 흰색에 집착하나? 끔찍한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은 뭘까- 잔혹함에 길들여져 버린걸까.. 그냥 야하니까 좋았다는 이 남자는 또 뭔가.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도덕성을 믿지 않는 만큼, 인간의 악한면도 별로 믿고 싶지 않다.
친구를 죽이고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본능을 억지로 제어하든, 그녀의 꼬심에 넘어가 아무것도 모르는 그를 죽여버리든, 그리고나서 그녀때문이라고 착한척을 하든, 별로 절박하지 않아보인다. 

몽유병이라며 맨발로 밤거리를 뛰어다니든(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사실은) 신부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든, 엄마 미안하다며 울고불고 하든말든, 맛있다며 여럿 죽여서 죄책감 없이 피를 마시든, 매력적이지도 않다. 예쁘긴 하더라만;

영화는 그닥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주기는 커녕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지 않는다. 
봐라, 이게 너희들이 사는 세상이다. 라고 잔혹하게 피를 뿌려가며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이런 세상을 굳이 뉴스를 보지 않아도 상사에게 성희롱 당하는 친구, 밤새서 일하지만 누군가의 월급의 반도 못받는 친구, 사기당해서 울고불고 경찰에 신고해도 들은척도 안한다고 우울해하는 친구들 얘기만 들어도 우리는 다 안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냥 눈돌리고 피해버리고 싶은 걸 곧이 곧대로 보라고 강요한다. 
만약 감독이 유명하지 않고, 매니아 층만 확보한 상태였다면 난 이렇게 불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이제 다수의 관객에게 노출된 상태이고 이러한 강요는 사실 아직 정신이 성숙하지 못했거나 약해빠진(미성년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에게 상당한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불쾌한 것이다. 

예전에 여러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달콤한 독에 관해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박쥐]는 그 개념이 아니다. 안그래도 쓴 맛을 이리저리 고약한 것을 섞어서 뱉어버리고 싶게 만든다. 근데 이게 끈적끈적해서 잘 안뱉어지니까 문제다. 난 불편한 영화를 무작정 폄하 하는게 아니라구요.

아, 정말 무엇을 상상하든 화면을 넘어서서 최악을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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